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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pr 09. 2024

당신은 이미 대체 불가한 존재입니다

'나는 유용한 존재인가?' 
'나는 대체 불가한 사람인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 앞에 어떤 날은 와르르 무너지고, 또 다른 날엔 허리를 곧게 편다. 살다 보니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쓸모'라는 단어에 감정 널뛰기를 반복한다. 글을 쓰면 이제 제법 '자존하는 법'을 익혔다 생각했는데 한 여름 태풍처럼 한 번씩 세차게 부는 바람은 여전히 매섭다. 그저 마음의 창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무탈히 지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대체 불가함'이란 단어가 자꾸 마음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건 '세상에 고유한 나 자신'을 은연중에 '무리 중 한 사람'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대체 불가함'이라는 명제 앞에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가령 삼성전자와 같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떠올려 보자. 어떤 분야에선 대체 불가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상당히 많은 사업 영역에선 대체 가능한 것들이 수두룩 하다. 애플이라고 다를까.   


뜬금없이 삼성전자, 애플을 거들 먹인 이유는 '대체 불가'라는 말에, 'Only One'이 되라는 말에 지나치게 감정 이입을 하며 속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자꾸 쪼그라들게 만드는 자기 파멸적 감정에 속지 말자. 따지고 보면 '나'라는 사람도 내 가족에겐, 누군가에겐 대체 불가한 존재다. 


일단 여기까진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이야기고,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래서 나의 영향력의 범위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며 행복하게 살기' 또는 '회사가 아닌 나만의 일로 독립하기' 등 뭐가 되었든 이런 류의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린 같은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숙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난 아직도 이 숙제를 완전히 풀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3년간 고민을 거듭하며 적어도 이 정도가 가장 공통적인 풀이겠다 싶은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나만의 관점을 기록하기


읽고 쓰는 건 이제 누구나 한다. 그러나 '자기만의 관점'이 들어가면 그건 나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된다. 나의 영향력이 도달하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선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어려운 과정이다. 그러나 필시 거쳐야만 하는 시간이다. 나만의 관점을 길러보자. 


2. '나'를 해체하기


'자기 해체'는 요즘 자주 골몰하는 부분이다. 나를 알기 위해선 나를 깊게 분석해야만 한다. 가령 커피가 좋다고 모든 커피가 다 좋은 건 아닐 것이다.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믹스 커피 등 세분화해 보자. 거기에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지 얼죽아인지를 다시 나눠 보는 것이다. 계속 파고들다 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건 단지 커피의 종류 때문이 아닌 분위기나 커피를 마실 때 느껴지는 신체 반응 또는 감정 때문으로 결론 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좋아하는데 특별한 이유를 들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그것들을 깊게 파고들어 보자. 의외로 나의 어떤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3. 실력 쌓기


이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회사 밖의 생활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고 지독할 만큼 자기와의 싸움이 일어난다. 자기 효능감이 소나기처럼 아주 시원하게 떨어질 때가 많다. 한 차례 우울감의 폭풍우가 지나고 보니 그제야 알게 된 건 나의 현재였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나니 선택지는 하나였다. 실력 키우기!


실력을 쌓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만족스러운 결과 내기를 반복하는 것. 3년간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낸 사람들을 지켜본 결론이다. 그들이 반복하는 것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것이었다. 말했듯 '단순하게 요약한 것'이다.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걸 해낸 사람이 그만한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그간의 생각을 세 가지로 간략하게 정리해 봤다. 정리하면서 느끼는 건 그동안 내가 반복하고 있는 과정이 딱 이 세 가지였다는 점이다. 때론 신기루를 쫓는 기분에 낙담할 때도 있지만 분명히 믿는 건 나는 결국 나다운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느덧 올해 매일 쓰기 셀프 챌린지를 시작한 지 100일이 되었다. 이 글이 100번째 글이다. 1월 1일부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썼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삶에 대단한 변화가 일어난 건 없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확실히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매일 글을 쓰며 생각해 본 '나'라는 사람의 대체 불가함은,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꾸준함'이며 '끊임없이 '나'를 사유하고 솔직한 기복을 글로 내어 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이야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꺼내어 놓을 수 있는 경험. 대체 불가함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남들과의 비교 우위가 아닌. 그러니 감정에 속지 말자. 이미 우린 모두 대체 불가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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