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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키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by 알레

"사장님,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잘 계시죠?"
"야~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연락 한 번 해볼까 했는데. 어떻게 지내?"


카페로 향하는 길,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퇴사하고도 종종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거래처 사장님. '거래처 사장님'이라고 표현하니 지나칠 정도로 사무적이고 경직된 느낌이라 사장님과 관계의 농도와는 잘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형은 아니니까. 사실 그간 나눈 대화와 쌓인 정을 생각해 보면 10년 터울 형님이라고 생각해도 될 사이다.


근황을 주고받고 서로의 안부를 빌어주며 통화를 마쳤다. 이 사장님을 좋아하는 건 자기 일에 누구보다 진심이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땐 사장님이 40대 중반이셨는데, 이젠 50대가 되셨다. 그땐 100억 자산가를 꿈꾸셨고 자신감 빼면 시체라고 할 만큼 에너지가 넘치셨는데, 관련 업종의 경기 불황 속에서 난항을 겪으시며 많은 걸 내려놓으셨다고 한다. 이제는 돈을 버는 것보다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할 만큼.


인생은 누구나 풍파를 경험한다. 이리 깎이고 저리 구르기를 반복한 삶은 보이기엔 약해진 듯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겉으론 유연해지고 속으론 단단해진다. 비로소 자기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통화의 말미에 사장님이 그러셨다.


"내 아들이 나처럼 삶에 찌들어 아등바등 살지 않고, 이대리처럼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감사하다. 누군가 바라본 나의 모습이 행복한 모습이라니. 다행이다. 적어도 물질의 풍요보다 마음의 풍요를 바라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곁에서 오래 본 사람들이 말하듯 나는 누구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어떤 날은 돈벌이 걱정으로 하루를 탕진해 버릴 때도 있다. 그러나 순간은 요동쳐도 평균은 안온할 수 있는 이유는 내 주변에 서로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은 물론, 이미 떠난 지 3년 된 직장의 거래처 사장님까지.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개인적인 친밀감을 가지고 지내는 분들과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콘텐츠로 소통하면서 진심을 나누는 사람들까지.


사람이 사람에 대한 목마름을 느낄 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순간이다. 그저 부대끼는 순간이야 직장에서, 가정에서 매일 경험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갈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남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끔이지만 힘을 북돋아주는 사이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주변에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면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된다. 내가 먼저 진심을 나누면 결국 돌아온다.


어차피 연락처 목록의 대부분은 허수다. 카톡 친구의 대부분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한 번 떠올려 보자. 주변에 5명. 나를 위로해 줄 사람. 그리고 내가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 떠오른다면 슬쩍 메시지를 보내보자. 떠오르지 않는다면 오늘부터 한 명씩 정성을 들여 보자.


삶을 지키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지키는 건 오늘 내가 나누는 삶이란 걸 잊지 말자. 사람으로 상처 받을 수 있지만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도 사람이기에. 오늘 하루 당신이 만나는 누군가로부터 당신에게 행복이 깃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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