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는 다능인일까? 아니면 게으른 걸까? 그것도 아니면 한량 체질인가?'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다능인은 이거 저거 요고 조고 할 것 없이 다 관심 있고 찔끔찔끔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할 줄 아는 게 많아서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뭐 한 가지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나는 다능인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입버릇처럼 튀어나오는 '귀찮아'라는 표현과 마음속에 자주 떠오르는 표현인 '나중에'를 조합해 보면 '게으름'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3년을 일명 '백순대(나 백수인데?)'로 살아도 어찌어찌 무탈하게 살아가는 걸 보면 또 한량 체질인가 싶다.
흠, 이 세 가지 모두 다 해당되지 않으면 그냥 쫄보인 건가?
퇴사할 때 생각했던 건, '나는 진짜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한다'였는데, 가끔 어떤 일이 주어질듯한 신호를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멈칫하는 걸 보면 쫄보 같기도 하다.
뭐가 되었든, '나'라는 인간이 다채로운 건 좋지만 늘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이럴 땐 외길인생을 내세우며 마이웨이 신공을 시전 하는 사람들이 그저 부럽다.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도 한 길에서 레벨업을 위해 고민하는 거랑 여러 갈래 길에서 어디로 갈지를 놓고 고민하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에서 마침 다능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펼쳐 본 기억이 난다. 그중 무척이나 공감했던 부분이, 다능인이라면 일단 생계유지를 위해 한 가지 본업을 정해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다능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해 나가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어제 만났던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본업'을 바탕으로 두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 역시 콘텐츠 마케터라는 1인 사업을 하고 있는 중인데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버거울 때가 많았다는 고백을 했다.
하아. 이미 본업은 때려치웠고, 그것도 3년이나 지나버렸고, 다른 본업을 갖자니 이젠 현실적으로 나이와 경력단절이 걸린다. 삶은 살아야 하니 어떻게든 본업을 만들려 발악하지만 이럴 때마다 다능인 모드는 작동을 멈추고 게으름 또는 한량 또는 쫄보 모드가 오작동한다.
생각해 보면 호기심이 많고 나름 눈썰미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써먹을 수 있는 잔잔바리 기술도 많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 잘만하면 돈벌이로 엮어낼 수단이 많다는 뜻이니 행동력만 높일 수 있다면 진정한 노마드로, N잡러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막상 써놓고 보니 오작동 스위치가 뭔지 알겠다. '돈벌이'라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무릇 돈벌이라 하면 어느 수준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연결되고 그 순간 내 안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다음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게으름, 한량, 쫄보 뭐가 되었든 그쪽으로 향하며 행동력이 매우 떨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풀리지 않는 고민'이라고 써 내려간 글에서 스스로 답을 낸 듯하다. 결국 고민 해결책은 '일단 행동해 보기'라는 것이 더 명확해졌다.
최근 두 가지 아이디어를 툭 던져 보았다. 작가님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다시 들었던 생각은 '아, 나는 또 그 기준이 없는 적정선을 떠올리고 있었구나'라는 것이다. 주말 동안 일단 선긋기부터 해야겠다. 그다음에 거기까지 어떻게 갈지를 고민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내가 찾은 답은, '돈벌이'보다 '행동하기'. 그리고 '기준 없는 적정선'은 '선긋기'로 방법을 만들어 가보는 것이다. 요즘 계속 되뇌는 생각은 '스몰 스텝'이다. 이번에는 꼭 그 한 걸음을 떼어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실로 장족의 발전이다. 머리로만 알던 것을 실천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리는 듯하다. 그래도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더 응원해 주기로 하고, 자, 그럼 이제 다음 고민으로 넘어가 볼까?
인생은 어쩌면 끝이 없는 고민의 뫼비우스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