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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24. 2024

사람에게서 배우고 길을 찾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이런 걸 제공해 드릴 수 있어요.’ ‘혹시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저랑 같이 해보실래요?’


언젠가 한 번이라도 듣고 싶었던 표현이다. 근데 왜 내가 먼저 해 볼 생각은 못했을까?


금요일마다 나에 대해 탐구하는 글을 연재 중이다. 생각해 보면 매일 쓰는 글의 주제가 모두 나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보다 내면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지어보는 날인 만큼 오늘은 늘 삐걱대었던 나를 기록해 볼까 한다.


삐걱거리다는 말은 어딘가 잘 맞지 않아 발생하는 소리나 관계의 뒤틀림을 의미한다. 내가 바라는 삶을 이야기할 때 나의 표현을 돌아보면 언제나 수동적인 입장에 서있었다. ‘당신이 나를 발견해 주길 바라’라는 심정으로 묵묵히 나의 삶을 이어가면 나에게 손 내미는 사람이 나타날 거란 생각을 했다. 아주 숲 속에 짱 박혀 살면서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길 바라는 그런 심보가 아닐 수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걸까? 나에 대한 인정이 모자랐던 탓일까? 회사 밖에서 생존하는 시간 동안 너무 작아졌던 모양이다.


누군가와 신뢰 관계를 쌓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자기 신뢰를 쌓기 위해선 그만큼 많이 부딪혀봐야만 한다. 실패와 성취의 반복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걸 인지하기 전에는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경험자산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나에게도 다양한 경험자산이 있다. 그럼에도 자기 신뢰의 측면에선 더뎠던 이유는 대부분의 경험치가 삶의 큰 틀 안에서 쌓였기 때문이다. ‘대입, 취업, 결혼, 육아’라는 아주 오랜 세월 거듭해 온 인생의 테크트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가 최근에서야 밖으로 나왔으니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온라인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 중에 좀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던가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인 호기심이 발동하면 망설임 없이 만남을 제안한다. 어떤 사람에게선 깊은 인사이트를 얻게 되고 다른 경우엔 가벼운 수다로 끝나기도 하지만 어차피 짜임이 없던 대화였기에 곁길로 새어도 그냥 함께 발걸음 가는 데로 산책하는 기분이라 재밌기만 하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는데 저마다 삐걱거렸던 인생의 어느 시기를 지나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 시기를 통해 ‘나’의 존재를 점점 선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행착오라는 경험자산으로 바탕으로 다음을 향한 용기를 얻게 되었고 주도적 선택의 반복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용기가 부족했음을 실력의 부족으로 덮어씌우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평가에 덤덤한 편이라 말하면서 사실 두려웠던 건 아닐까?


오늘도 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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