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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n 07. 2024

나의 완벽한 하루를 그려본다

내가 상상하는 가장 완벽한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하루가 좀 대중없이 흘러간다는 느낌이다. 물론 근본 원인은 나에게 있지만 그로 인한 피로감은 삶의 질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어 생각이 많아진다. 오히려 그래서 효율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꽤나 긍정적인 효과이긴 하다. 


피로도가 높아질 때면 잠시 하던걸 멈추고 상상에 잠긴다. 요즘 제일 많이 빠지는 공상이 '나의 완벽한 하루'이다. 반복할수록 마치 AI를 학습시키듯 나를 학습시키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구체화되어 가는 듯하다.


흥미로운 건 '나의 완벽한 하루'를 떠올릴 때면 수면시간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다음엔 오전 시간. 이 둘은 현재의 삶에서 가장 지켜내지 못하는 시간대이다. 아무래도 그 때문에 더 욕망하나 보다. 어쩌면 나는 가장 완벽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나 보다.


나의 완벽한 하루는 이렇다. 6시간의 꿀 같은 수면시간을 보낸다. '꿀 같은'이 중요하다. 수면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 삶을 살다 보니 언제고 푹 자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제발 허리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거나 쑤시는 곳 하나 없이 얼굴 가득 개운한 미소를 띠며 일어나 보는 게 소원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를 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활짝 웃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깡충깡충 뛰어다닐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4세의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니까. 


기상 후엔 새벽 예배를 통해 하루의 첫 시간을 경건함으로 시작한다. 이후엔 가벼운 산책으로 아침의 기운을 몸 가득 담고 돌아와 가벼운 건강식을 챙긴다. 몸과 마음, 생각까지 모두 웜업이 끝난 상태에서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아! 작업을 하는 방도 현실은 창고와 다름없지만, 나의 상상 속에선 언제나 여백이 있는 방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바닥엔 빈티지한 러그가 깔려있고 한쪽 벽엔 2-3인용 소파가 놓여있다. 소파 옆엔 전구색 조명과 턴테이블이 놓여있어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책상 의자는 오래 앉아있어도 등허리가 편안한 의자였으면 좋겠고 책상 위는 소위 '데스크테리어'가 잘 되어 있어 앉아만 있어도 그냥 생산성이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아, 책상은 모션 데스크가 놓여있다.


오전의 일과가 끝나면 점심을 먹고 공유 오피스로 출근한다. 이건 최근에 추가된 항목인데, '몰입데이'를 경험해 보고 난 뒤 매우 만족스러웠던 경험 덕분에 추가했다.


나의 완벽한 하루에서 대부분의 '일'과 관련된 시간은 오전에 배치되어 있다. 낮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해보고 싶었던 경험을 쌓는데 시간을 보내거나, 아내랑 영화를 보러 가거나 서울 시내를 구경하러 다니거나, 또는 그냥 놀면서 보내더라도 그래도 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꿈같은 일일까 싶었다. 


오전 오후를 이토록 알차게 보내고 난 뒤 아주 개운한 마음으로 아이와 저녁시간을 누린다.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놀고, 키즈카페를 가거나 공원에 가서 놀기도 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먹고 저녁 산책을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들어가는 여유로운 삶. 


내의 상상 속의 하루는 이처럼 조금씩 선명해지는 중이다. 그리고 선명해질수록 점점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조금만 삶을 조절할 수 있다면 유사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뭐 작업하는 방의 풍경까지 상상하는 데로 이루어 지기에는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이 많아 그건 차치하더라도 시간의 흐름만큼은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문제는 그 '조금의 노력'이 나보다 한 발 앞에 서서 같은 보폭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이루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 그날이 곧 오리라고 굳게 믿어본다. 


'나의 가장 완벽한 하루'를 떠올려 보면서 지금 내 마음이 삶의 효율과 밀도를 갈망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선 '건강'이 바탕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 또한 다시 느끼게 된다.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일과 삶이 구분된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일, 가족과의 삶, 그리고 개인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삶이겠지만.


일전에 이와 같은 삶을 '8+4+4 법칙'으로 정리했던 적이 있다. 가족과 보내는 8시간을 위해 4시간 일하고 4시간은 날 위한 시간을 보내는 삶을 의미한다. 오늘의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희망을 가져본다. 2024년에 844 라이프를 이뤄 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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