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지 3년이다. 처음엔 퇴사를 앞두고 맴돌던 생각들과 내 선택이 옳은 판단인지 점검하기 위해 글을 썼다. 퇴사 후엔 한 발 멀어져 이번엔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40대를 지나는 한 사람으로서, 육아하는 아빠로서, 자기 삶을 찾기 위해 퇴사한 몽상가로서, 꾸준히 글을 썼다.
뭐 대단한 필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기갈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거진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제목을 짓는 재간도 없지만 그저 매일 숨 쉬듯 글을 썼다. 그렇게 3년이다.
그 사이 성취도 많았다. 브런치 작가 레이블 ‘팀라이트’에서 활동했었고, 여러 차례 조회수가 터지는 글도 등장했다. 외부의 글 제안과 인터뷰 제안도 받아봤고, 공저 책도 3권 출간했다. 무엇보다 이제는 주변에서 ‘알레는 글 쓰는 사람’으로 인식해 주는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이전까지 ‘알레’라는 존재는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어딘가 헛헛함은 가슴 한 구석 남아있었다. 인정에 대한 갈증도 여전히 있었다. 공저가 아닌 단독 책 출간이 마치 아직 해결 못한 과제인 것처럼 놓여있기도 했다. 해야지 해야지 마음먹어 보지만 막상 또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에 브런치 팀으로부터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내 글을 [틈] 시즌1 마지막 편에 소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와우! 대박!' 이 두 마디 외에 더 할 말이 없었다. [틈]은 브런치스토리팀에서 다음 모바일에 새롭게 론칭한 큐레이션 서비스다. 이곳에 글이 소개된다는 건 브런치스토리 팀에서 큐레이션 할 만한 글로 선정되었다는 뜻이니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괜스레 마음 설레게 하는 알림이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제안 메일을 보냈다는 알림이다. 그런데 브런치 팀의 메시지는 그 이상이었다. 마치 내 글이 제대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늘 나에겐 '대박'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전반적으로 내 삶이 무난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오늘의 사건은 역사에 두루 남길 대박 중의 대박 사건이다. 그래서 이렇게 소회를 남기고 있는 중이다.
나의 글은 일상의 전반을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특정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만큼 퍼스널 브랜딩 측면에서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단 소리다. [틈]에 소개된 글도 그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그때 유독 연결 중독자가 돼버린 듯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그로 인해 오히려 불안이 가중 돼버린 삶에 대한 해답으로 끊어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한 깨달음을 얻었다. 특정 결과나 보상을 바라는 글쓰기보다는 꾸준히 써 내려가는 글이 쌓이면 어느 시점에 자연스레 기대 이상의 결과와 보상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글쓰기를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그러니 오늘 내 글에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고 실망할 이유가 없다. 또한 내 글이 현시대와 다른 기조를 가지고 있다 한들 문제 될 것이 없다. 언제 어떤 시점에 누군가 찾게 될 글이 될 수도 있을 테니 그저 오늘 내가 써 내려갈 그만큼을 꾸준히 쓰면 그만이다.
물론 나도 소위 트래픽을 올리는 글쓰기나 출간 제안을 받는 글쓰기에 대한 갈증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나의 글쓰기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는 건 본질은 나를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제넘은 소리지만 당신도 그러하길 바라본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글쓰기를 추구한다면 당신도 나와 같길 바라본다.
글쓰기만큼 평생 가져가고 싶은 능력은 또 없으니까.
아래는 6월 23일 다음 모바일 [틈]의 '일요일의 관점'에 소개된 나의 글 전문.
https://brunch.co.kr/@alejjandro/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