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이팅 오프라인 모임 두 번째 만남. 벌써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먼저 한 달간의 근황을 나눴다. 나누는 이야기로만 2시간 30분이 꽉 채워졌다.
일상 이야기로 시작해, 일에 대해, 죽음에 대해, 폴리아모르까지 '지대넓얕' 같은 시간이었다. 문득 이분들과 팟캐스트를 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겨우 두 번의 만남인데 긴 시간 오디오가 비는 타임이 없어 참다 참다 화장실을 다녀올 정도였으니.
만남은 매력적인 시간이다. 가장 즉흥적이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주하는 대화. 한 사람 한 사람의 살아온 인생 서사가 접점을 이루는 순간 서로 연결되는 경험. 그래서 만남을 통해 얻는 에너지와 영감은 언제나 여운이 길게 남는다.
만남 중에서도 소규모 모임을 좋아한다.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고 제한된 시간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소규모일수록 안전하고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다. 직장 생활을 할 땐 '과연 무해한 관계형성은 가능한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 밖의 만남은 대부분 그랬다.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 같다.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의 모임은 불필요한 것들을 배제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얽히기 시작하면 더 이상 느슨하거나 안전한 관계로 지속되긴 어렵다. 아니 오히려 느슨해지면 목표 달성을 할 수 없으니 그래서는 안된다.
삶을 보다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법으로 '느슨한 만남'과 '긴장감을 주는 만남'의 균형을 이루는 게 좋다. 완전한 균형점을 찾은 건 아니지만 지금의 난 나름의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풍성한 이야기로 채워졌던 시간이 끝나고 한 달 뒤를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린 또 각자의 삶에서 어떤 시간을 채우며 살아가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건 나 또한 내 삶을 허투루 살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니 내심 자신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퇴사 후 빠르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향력에 몰두하니 나 자신이 가진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지나 보니 내가 나 자신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을 위해선 소소한 일상을 잘 쌓아가는 것이야 말로 영향력 있는 삶의 기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전보다 더 내 안에 있는 것에 대해 알아차리게 된다. 그것들이 다져지고 단단해질수록 점점 나다운 모습이 확연해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에게 만남은 글쓰기처럼 나를 빚는 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