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메시지를 읽으며 익숙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순간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스마트폰 불빛으로 바닥을 비췄다.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아주 약간의 비포장 길이었을 뿐이다. 스마트폰 액정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순간 발 밑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잠시 균형을 잃었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엔 스마트폰을 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컴컴한 발 밑은 시야가 확보될 정도로 잘 보였다.
사실 그리 어두운 길도 아니었다. 아파트 단지 옆 좁은 골목길 정도의 길이었다. 드문드문 가로등도 있었고 주변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빛도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강렬한 밝은 빛이 눈에 들어오니 그리 어둡지 않은 그 골목길도 순간 암흑이 되었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강한 빛은 오히려 빛의 경계 너머를 더 어둡게 만든다는 것을. 어둠에 익숙해지려면 어둠을 바라봐야 한다. 어슴푸레 비추는 주변의 빛이 오히려 눈앞의 어둠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 더 환한 시야를 확보하게 만든다.
삶도 그런 것 같다. 어둠 가운데 있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어둠에 적응해 보는 거다. 어디선가 희미한 빛이라도 스미고 있다면 적어도 상황은 인식할 수 있을 테니. 그렇게 차근차근 적응해 나가며 걸음을 내딛는 거다.
한 방에 어둠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 같은 순간의 환한 빛을 조심해야 하는 건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도통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엔 낭떠러지 절벽 건너편에 있는 빛을 보고 걷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길이 없는 줄도 모르고.
조급하지 말자. 어둠도 적응하면 보이기 시작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가야만 한다는 게 인생의 진리다. 도움닫기 없는 도약은 없다. 첫걸음 없는 도움닫기도 없다.
만약 인생의 목적지를 상실해 표류하는 중이라면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코칭이든, 상담이든, 아니면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여행이든 내가 처한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인생은 원래 나를 표류하게 만든 그 약점을 건드리는 것들을 보게 만든다. 가령 돈이 없어 근심이 쌓인 사람에겐 부업 콘텐츠나 쉽게 부자가 되는 방법이 있다는, 후킹만 있고 알맹이는 하나 없는 그런 콘텐츠들 말이다.
휩쓸리기 쉬운 것들에 마음이 쏠리면 오히려 주변이 캄캄해진다. 아무 위험 요소도 없는 비포장 길에서 순간 균형을 잃어 놀라며 걸음을 멈추듯 사리판단이 흐려진다.
그러니 명심하자. 인생의 어둠에서 가장 빠르게 빠져나오는 방법은 강한 빛을 쫓는 게 아니라 어둠에 적응하는 게 먼저라는 사실을. 그다음 한 걸음씩 내딛다가 도움닫기를 하고 다시 도약하면 된다. 지금의 내가 코칭을 받으며 다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