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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Nov 12. 2024

꾸준함의 이면을 아시나요?

살다 보니 나보고 꾸준함이 강점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 다 온다. '내가 그렇게 꾸준한 사람이었나?' 생각해 보니 맞다. 또 나만 모르고 살고 있었다. 


나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까지 경험한 세대다. 변화의 시기를 경험하면서 맞닥뜨린 생경한 경험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언젠가부터 콘텐츠 속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라테'가 등장하는 듯 하지만 나의 초중고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만 해도 개근이 미덕이었고 자랑이었던 시절이었다. 팔다리가 부러져도 학교에 출석은 하고 병원에 가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던 시절의 삶은 삶 그 자체가 꾸준할 수밖에 없는 바탕을 만들어 준 것 같다. 


꾸준함과 더불어 세트메뉴처럼 등장하는 것이 '작심 3일'이다. 여기에 좀 더 보태면 '프로 작심 3일러'라고 자신을 일컫는다. 아, 물론 나도 종종 사용하는 말이긴 하다. 변화된 삶을 드러내기 위해 '비포&애프터'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칫 너무 남용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다 '작심 3일러'이면서 동시에 '꾸준한 사람'이다. 저마다의 분야가 다를 뿐이다.


간혹 스스로를 꾸준하지 못하다고 하는 사람들 중엔 정말 매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실행하는 것을 꾸준함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건 꾸준함이 아니라 강박이다. 물론 좋아서 하는 일, 매일 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자칫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 때 더 깊은 골에 빠뜨려 버리는 수가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시작했으면 무조건 지켜내고 싶은 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 덕에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유연함을 발휘하는 게 제법 어려운 사람이 돼버린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올해 초, 365일 브런치에 글을 써보겠노라 즉흥적으로 내뱉은 선언을 220일 정도까지는 지켜내지 않았겠나. 이후론 도저히 주말에는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워 내려놓았지만.


아마 육아라는 더 큰 우선순위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꾸준함'은 아주 좋은 삶의 습관이긴 하지만 잘못된 정의를 가지고 살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위에 언급했듯 감당하지 못할 계획을 세웠다가 자멸하는 경우가 첫 번째이고, 또 한 가지 경계해야 하는 부분은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은 그 행동으로부터 얻어지는 본질적인 효용이 있기 때문이다. 미라클 모닝을 선택할 땐 이른 새벽부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던가, 매일 달리기를 할 때는 신체의 건강과 건강한 삶을 위해, 매일 글쓰기는 삶을 기록하거나 나를 알기 위해 또는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함이다. 


그런데 자칫 본질에서 벗어나 '그 행동을 해냈다는 것'이 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본인이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 또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역시 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땐 더 도드라질 수 있는데, 소위 인증을 위한 인증을 하게 되는 경우다. 이러면 결국 남는 게 없다. 아니다. 100% 인증했다는 만족감과 경우에 따라서는 환급금 및 수료증은 남는다. 안타깝지만 보상은 본질이 아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누구나 꾸준하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위의 두 가지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내 이야기다. 서두에 사람들이 나에게 꾸준하다고 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유는 나에게는 이미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은 남들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것이 매우 어리석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늘 별다른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꾸준함도 재능이라고. 이 중요한걸 이제야 알았다니. 어쨌거나 모두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며 살았기에 나의 꾸준함은 진심으로 별것 아니라고 여겼다. 


물론 지금은 나의 강점으로 인식하고 있고 잘 발휘될 수 있는 분야 또는 역할을 찾아가는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꾸준함의 정의는 오래도록 반복적으로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꾸준함의 기준은 나 자신이 세우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꾸준함은 좋은 습관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좋은 무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스로 꾸준함의 오류에 빠지면 자칫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먼저 나만의 기준과 정의를 세워보자. 그리고 남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은 가뿐히 흘려보내주자. 


'나는 꾸준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인 오직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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