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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24. 2024

나를 탐구하는 글쓰기가 만들어낸 변화

나 자신을 탐구하는 글을 쓰며 변화된 생각이 있나요?


한 달간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깊은 고찰을 하기보다 딱 떠오르는 답을 써 내려가 보는 중이다. 순간의 생각을 붙잡아 글을 쓰다 보니 가감 없는 생각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것 같다. 반면 깊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매일 글을 쓴다는 게, 그리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깊어지기란 여간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소득이 없는 건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나를 감각하는 센서들이 더 예민해졌다는 느낌이다. 감정상태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던가, 하루를 온전히 쉬고 싶을 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틈타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해 준다. 


가장 큰 소득은 조급함에 대한 통제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가장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감정은 조급 함이었다. 생계를 유지할 만큼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자책할 때면 어김없이 강한 조급함이 밀려왔다.


글을 쓰며 확고해진건 '나'는 기능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능은 부차적인 것일 뿐, 그것이 존재의 가치를 희석시키거나 지울 수는 없다.


한 달의 셀프 탐구 글쓰기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양파껍질을 벗겨내듯 자의식을 한 겹 씩 벗겨내는 시간이다. '글'이라는 예리한 칼은 켜켜이 쌓인 자의식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벗겨내 진짜 나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게 만들어준다. 


습관처럼 생각했던 나에 대해 미묘한 차이일지 몰라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질 때 일어나는 파동처럼 나는 글을 통해 계속 더 큰 물결이 일렁이게 만들고 있다.


계획했던 30일이 끝난 뒤 마치 내 몸의 일부인양 붙어있는 불편한 감정들이 나와 분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본연의 내가 삶의 완급을 조절하며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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