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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ug 08. 2024

마음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머리로는 다 알겠는데, 뭔가 마음은 계속 내키지 않는 상태. 어제오늘 내내 마음이 이런 상태로 있었다.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통 답을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마음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그 답을 입 밖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사실 그게 답인 줄 알면서도.


어제 대구에 다녀왔다. 벌써 2달이 넘게 프리랜서 블로그 작가일을 하고 있는데 일 제안을 해주신 분과는 그동안 통화만 여러 번 주고받았고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서 미팅 겸 얼굴을 보러 다녀왔다. 나름 출장이었다.


약 3시간가량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함축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가졌고 일적인 부분도 여러 각도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분의 설명에 대해 충분히 납득이 갔고 이해도 됐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그 제안이 나에겐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왜 마음은 계속 아니라고 하는 거였을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 코칭을 받으러 갔다. 어제 있었던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더니 코치님이 몇 가지 질문을 건넨다. '알레 님, 그게 지금 알레 님이 도달하고자 하는 인생의 목적지와 부합한 선택이 맞는 거예요?' '이미 가지고 있는 재료들이 많은 사람인데 굳이 또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건 아닌가요?' 


'............'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뭐라고 답을 하긴 했는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답'이 아니라 '변론'에 가까웠다는 것을. 


마음은 답을 알고 있었다. 마음이 알고 있는 그 답을 나는 극구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으려 했는데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결국 마음이 맞다는 걸. 


그래도 하겠다고 한 것을 하루 만에 다시 물린다는 게 솔직히 좀 미안했고 속된 말로 쪽팔리기도 했다. 또다시 '나'로부터 시작된 선택이 아니라 '남'에게 이끌려하게 된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나 자신을 책망하는 마음도 올라왔다. 


'그럼에도 이걸 통해 좋은 경험을 쌓을 수도 있을 거잖아?'라는 생각과 말로 마음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어떤 이유를 붙여가며 상황을 포장해도 마음은 계속 아니라고 말을 했다. 


밤 중에 그분에게 전화가 왔다. 일 때문인 건 아니고 그냥 퇴근길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듣고 보니 이 분은 지금 나를 붙잡을게 아니라 동종 분야에서 더 사업적 역량을 가진 사람들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인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을 했다. "지금 제 생각엔 번지수가 틀린 것 같아요. 대화 중에 드는 생각은 대표님은 사업을 더 키우고 싶은 욕구가 큰 분인데 대표님 상황에서 저는 대표님이 끌고 가야 하는 대상이지 파트너는 아니잖아요. 저보다는 오히려 사업가들 커뮤니티를 들어가서 협업 제안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 말을 건네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지금 내 코가 석자인 놈이 남의 팔자 걱정하는 게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이게 맞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엔 그분이 수긍했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듣더니 "듣고 보니 그게 맞는 것 같네요."라고 답을 했다.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이번 일을 겪으며 왜 마음을 따르라고 하는지, 내 안에 답이 있다고 하는지 처음으로 느꼈다. 나는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애써 무시했다. 의심하기를 반복했다. 습관적으로 거부하는 두려움이나 게으름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계속 무시했다. 그러나 이번엔 마음이 맞았다. 


오늘 코칭 시간에 지금 내가 더 집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치님 말처럼 하마터면 굳이 돌아가는 선택을 할 뻔했다. 다행이다. 마음을 따르기로 해서 정말 다행이다. 마음은 알고 있다는 것을, 내 마음은 이미 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을 더 믿어주자. 내 안에는 이미 재료가 넘쳐난다는 것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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