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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Nov 05. 2024

올해 '내가 짱이다!' 순간은 언제인가요?

'내가 짱이다'순간이라니. 글쓰기 모임에서 제공되는 글쓰기 질문이다. '내가 짱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살면서 얼마나 되려나. 설령 그런 순간이 있다 해도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나? 여러 생각이 교차되는 글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성격 탓인 듯하다. 성과의 크기를 떠나 내가 나를 그렇게 여겨주면 되는 것인데, 그걸 또 여러 생각을 하고 앉았으니.


한 해를 돌아보면 여러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번엔 성격과 다르게 모든 떠오르는 순간들을 '내가 짱이다' 마인드로 바라보려 한다.


나에게는 여러 가지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아빠로서의 나, 남편으로서의 나, 글을 쓰는 사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는 사람,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 등. 여러 페르소나마다 순간의 경험과 경험을 통한 감정은 다르다.


아빠로서 나는 어땠을까? 내 아이에게 나는 '아빠! 좀 짱인듯'이라는 감탄을 들을 만한 아빠였을까? 내가 나를 평가한다는 게 참 어렵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아빠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집 등하원길에 함께하고 아이와 놀이터에서, 키즈카페에서, 문화센터에서, 여행을 가서 함께 놀아주기도 했지만, 나의 고뇌하는 시간으로 아이에게 공감해주지 못했던 시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해주지 못한 것보다 해준 것에 1점이라도 더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차마 그러지 못하겠는 건 아빠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편으로서의 나는 차마 말을 못 하겠다. 긴 시간 경제적인 부분에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이 어느덧 내가 나를 찌르는 가시가 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조용히 기다려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면서도 조용한 기다림이 오히려 부응하지 못하는 나의 모자람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무래도 아빠로서, 남편으로서는 '내가 짱인듯' 마인드 탑재가 아직은 어려워 보이니 일단 다음으로 넘어가야겠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는 어땠을까? 이건 그래도 좀 할 말이 있다. 바로 지난달 초에 있던 브런치 팝업 전시장에 내 글이 소개되고 내 이름이 걸려있었다는 것! 이 정도면 '좀 짱인듯'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나의 못난 마음은 이 또한 그저 얻어걸린 운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나를 한정 짓는 생각을 좀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번엔 '내가 짱인듯 순간'으로 뽑아 보았다.


글쓰기에 대해서라면 그래도 올 한 해가 지난 3년 중에 가장 많은 글을 쓰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뭔가에 꾸준히 몰입했다는 것과 그 덕에 누군가에게 글 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 역시 돌아보면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뭔가가 계속 떠오른다. 슬그머니 한 가지를 더해보고 싶은 건 마침내 글쓰기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다는 것이다. 꽤 오랜 시간 갈팡질팡했던 터라 그것을 넘어섰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의외로 내가 나를 가장 뿌듯해하는 순간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나'다. 소셜 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해 주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묵묵히 내 방식대로 담아내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오디오 콘텐츠를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갈 때는 그저 즐겁기만 하다. 오롯이 나의 힐링을 위한 시간인 만큼 가벼울 땐 한없이 가볍게, 진지할 땐 또 나름의 무게를 가지고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한 시간이기에 그 순간만큼은 '여긴 내 무대다'라는 마음이다. 팟캐스트는 현재 2년이 넘게 지속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삶이 또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 순간을 떠올려 보았는데, 이 외에도 오랜 시간 함께 글을 쓰며 작가로서의 나를 응원해 주는 작가님들과 한결같이 내 삶의 방향을 지지해 주는 커뮤니티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전에 해보지 않은 것을 선택한 용기를 내었던 순간들도 모두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을 써놓고 보니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이다. 동시에 여전히 내가 나를 필요 이상으로 엄하게 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좀 더 가벼울 수는 없을까?' '좀 더 나를 인정해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또한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내년 이맘때는 생각이 많이 달라져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조금 빠르게 한 해를 돌아보는 중이다. 살아온 시간을 되짚어 본다는 건 살아갈 날을 계획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단 오늘의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함이 더 큰 이유다. 지금껏 잘해왔다고. 오늘 하루가 성에 차지 않거나 때론 바보같이 흘려보냈다 할지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설령 후회와 한탄으로 점철되는 삶일지라도 그 안에는 여전히 행복의 경험이 묻혀있음을 전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기록을 통해 행복의 나날을 발견하게 된다.



몹쓸 글쓰기 9기에서 제공된 글감 질문이다. 독자님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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