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Nov 11. 2024

글쓰기를 통해 선명해지는 마음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설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삶을 통틀어 이런 종류의 설렘의 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올 한 해는 오죽할까? 오늘도 제시된 글감 질문을 읽고 또 읽고 곱씹어 보지만 묵묵부답 상태다.


퇴사 후에 너무 오랜 시간 무기력감에 젖어 살았던 탓일까,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어가며 설렘이라는 감정에 무감각해진 탓일까, 혹은 육아를 시작한 뒤로 계속 삶의 피로감이 높아 일시적으로 모든 것에 무뎌지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어서일까. 이유는 모르겠다만 설렐 만큼 새로운 경험을 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니, 어쩌면 그냥 '나'라는 사람이 '설렘'이라는 감정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 주변에 '설렘'과 가장 근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는 4살짜리 내 아이가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아이를 보면 '선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레한다. 어떤 로봇 장난감을 준비했는지 묻고 또 캐묻는다. 키즈카페라는 단어와 TV를 보자는 말에도, 그리고 다른 집(여행을 뜻한다)에 가자는 말에도 엄청 신나 한다. 


어른이 될수록 설렘을 유발하는 자극의 강도가 웬만큼 세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 솔직히 소유에 대한 설렘은 지속력이 고작 하루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최소 설레고 싶어 소유를 바라지는 않는다. 아이처럼 일상의 작은 것들에 다시 설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설렘과 맞물려 또 하나 어색해진 경험이 있다면 도전이다.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을 추구라는 상충된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의 삶의 괴리는 두 명의 내가 동시에 존재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성장은 하고 싶어 안주하긴 싫은데 안정감은 꾀하고 싶은 마음이라니. 그럼에도 성장욕구가 더 큰 덕분에 계속 뭔가를 찾고 또 찾는다.


막상 써놓고 보니 내가 참 무감각한 인간인 것 같아 내심 짠하다. 그래서 이번엔 생각의 방향을 살짝 틀어 보았다.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이 아닌 내가 바라는 새로운 경험은 무엇일까?


역시 가장 바라는 건 나다운 일로 이전 직장의 월급 이상의 고정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경험을 하고 싶다.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경험. 그것에 대한 갈증이 크다. 어제오늘도 내내 이 생각만 했다. 하도 답답해 챗GPT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너무나 명쾌한 그 답이 와닿지 않는다.


사실 이 생각도 비단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꽤 오래 갈증을 품고 있었는데 여전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나에겐 잃어버린 퍼즐 조각처럼 남아있는 숙제다. 


다행인 건 아직 2024년이 한 달 보름 남짓 남아있다는 것이다. 뭐 뾰족한 수가 있진 않지만 그래도 기대를 저버리기엔 아직 남아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도 최근 코칭을 받고 있는 덕분에 어제오늘 유독 처지는 기분이 삶의 태도가 되진 않았다. 


글을 쓰며 마음을 살펴보니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남은 시간에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선명해졌다. 부디 남은 시간 안에 한 번의 경험이라도 겪어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