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추수감사절이었다. 교회에서 1년의 행사 중 부활절, 성탄절과 함께 가장 큰 기념일 중 하나다. 매일의 삶이 감사한 마음을 돌아보는 삶이어야겠지만 이 날은 특별히 더 한 해 동안 감사한 것들을 나눈다. 교회에서 돌아와 남은 하루를 보내며 나는 무엇에 감사한가 생각해 보았다.
가장 감사한 이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감사한 마음을 품고, 그것을 기록하며 살다 보니 감사한 마음이 또 감사한 마음을 낳는 경험을 하게 된다. 교회에서 자주 들었던 비유인데, 검은 말과 흰 말이 있는데 어떤 말이 살이 찌냐 하면 꾸준히 먹이를 주는 말이라는 내용이다. 비유를 적용해 보면 좋은 마음에 계속 먹이를 주면 좋은 마음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밌는 건 무엇이든 반복적으로 생각을 집중할수록 그것을 느끼는 감각이 민감해진다는 것이다. 감사에 초점을 맞추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순간들에서 감사한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고, 반대로 결핍과 불만족에 집중하면 세상천지 나에게 없는 것들만 보게 된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때 좋은 점은 자신감이 커지고 자존감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끝도 없는 비교가 일상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기를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가장 확실한 건 비교 우위에 있으면 되겠지만 모든 것에서 비교 우위에 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며 몇 가지라도 그러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잖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즉, 삶을 소모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감사한 삶은 오히려 채워지는 삶이다. 설령 원치 않는 비교를 당해 순간 자신감이 떨어질지라도 비교의 상황에서 멀어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삶을 통해 위로와 회복을 얻게 된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삶은 충만함과 넉넉함이 따른다. 그래서 오히려 삶이 여유로워진다.
한 해를 돌아보면 감사한 것들이 너무 많다. 한결같이 나와 함께 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 성과가 아닌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들,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 경험들,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시간들, 하루를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함, 편안히 쉴 수 있는 집, 아이와 함께한 여행,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들, 심지어 하원길에 들릴 수 있는 놀이터의 존재마저도.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계절조차도.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니 모든 것이 감사하다. 거저 받은 것들에 삶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삶은 내가 어떤 필터를 통해 바라보느냐에 따라 지옥일 수도 있고 천국일 수도 있는 것 같다. 어떤 필터를 끼고 바라볼지는 철저히 내 선택이다. 누구도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난날을 떠올려 보면 상황은 내 선택의 변명거리가 되기 쉽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금방 깨닫게 된다. 나는 지금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결국 모든 것은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앞으로의 삶을 감사한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쉬이 장담하진 않는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더 큰 일들을 겪게 된다면 또 어떤 마음이 올라올지 사람일은 누구도 모르는 것이니까. 그래서 딱 오늘만 바라볼 뿐이다. 오늘치 행복을, 감사를, 평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에 나는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