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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Nov 08. 2024

나를 '바라본다'는 말의 의미

책을 읽다 간혹 어떤 한 단어, 한 문장에서 흐름이 멈춰 설 때가 있다. 오늘은 유독 '바라보다'라는 말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바라보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선 연관되는 단어가 '물끄러미'와 '넌지시'다. '물끄러미'의 사전적 뜻은 우두커니 한 곳을 바라본다는 것이고, '넌지시'는 드러나지 않게 가만히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내가 자주 하는 건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다.


매일 거울 앞에 서서 3분간 나를 바라본다. 처음에야 누구라도 어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분노로 가득하여 누군가를 노려보는 것이 아니고서야 3분간 눈을 마주치고 가만히 바라보기란 생각보다 많이 어색하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땐 눈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코나 이마와 같이 위아래로 시선을 약간 돌릴 때도 있다. 


거울 속의 내 눈을 바라보는 게 이렇게 어색한 일인 줄 몰랐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금방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편안해진다는 것이고. 


나는 '나를 알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나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이 나에겐 큰 숙제처럼 함께 하고 있다. 나를 알고 싶다면 알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 행동을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그것이 '바라본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거울 앞에 서서 나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 글을 쓰며 글에 담긴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 타인의 시선을 빌어 나를 바라보는 것. 명상을 통해 오롯이 내면에 집중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결국 바라보는 행위였다.


즉,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말의 의미는 그 대상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있다는 뜻이고 바꿔 말하자면 이해하기 위해선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회사를 떠나 살면서 내가 바라보는 대상은 대부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들, 스토리를 기가 막히게 잘 쓰는 사람들,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 감성적인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 뭐든 시작을 잘하는 사람들,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들,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 돈이 많은 사람들 등. 


한사코 부러움의 대상을 향해 멈추지 않은 레이더를 켜고 살았던 시간은 동시에 나의 결핍이 선명해진 시기였고 불안감이 증폭된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좋은 자극이 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준비도 안된 상태로 전력질주하다 얼마 달리지 못해 픽하고 쓰러져 버리기 일쑤였다.


어쩌면 나는 최근까지도 그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3분씩 거울 앞에 서기 전까진 여전히 마음속에 불안감이 수위가 높았으니까.


글을 쓰며 나의 내면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거울에 비춘 나의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글을 쓸 때와는 또 다르게 많은 감정이 오고 간다. 묘하게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한없이 자신감이 차오르는 날도 있다. 또 어떤 날은 직전의 짜증을 겨우 가라앉히는 걸로 만족하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거울 바라보기의 마지막은 평온했다.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게 됐다. 바라보는 것이 나를 만나는 것의 시작이라는 것. 나의 내면은 바라봐 주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것도 깨달았다. 덕분에 요즘 나는 나와의 즐거운 대화를 자주 나누고 있다. 그리고 나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감도 회복되고 있음을 느낀다.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나를 존중해 주는 시간이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시간이다. 그러니 더 많이 바라봐주자. 너무 오랜 시간 '나' 이외의 세상만 바라보고 살았는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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