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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Nov 13. 2024

인생은 태도가 전부다

'내일은 아내가 출근하는 날이다. 그 말인즉슨 평소와 다르게 하루가 일찍 시작한다는 소리다. 아이도 등원도 아내 출근과 함께 한다. 그렇다면? 내일은 아침에 아이 등원 마치고 아침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이제 그만 자자. 새벽 3시 30분. 생각을 마치고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예정대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우리 집에 일주일에 딱 하루 찾아오는 모두가 부지런해지는 날이다. 아내는 출근 때문에 그렇다 쳐도 아이는 평소라면 안 일어나겠다고 몸부림을 칠 텐데 아내가 출근하는 날에만 엄마랑 같이 가겠다고 몸을 일으킨다.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 겨우 몸을 가누며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러 안기는 녀석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린이 집 등원을 마치고 아내에게 잘 다녀오라 인사를 나눈 뒤 잠깐 망설였다. '늦게 잠든 탓에 몸이 좀 무거운데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쉴까? 아니면 계획대로 산책을 다녀올까?' 이럴 땐 무조건 GO다! 평소와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어젯밤 잠들 무렴 막연하게 운동장 트랙이 떠올랐다. 근처에 갈만한 곳이 어디 있나 생각했는데 도보로 15분-2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동네 산에 축구장과 트랙이 있어서 그리로 향하기로 했다.


오랜만이다. 한때는 거의 매일 가서 트랙을 돌았던 적도 있었는데. 벌써 10년은 된 것 같은데, 나이키 10km 마라톤에 나갔던 적이 있었다. 준비하는 동안 거의 매일 트랙을 돌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평소 익숙한 길로 걸어가다 중간 샛길을 발견해 발걸음을 옮겼다. 너무 많이 달라진 산책로가 낯설면서도 걷기 좋아진 덕분에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영상 편집을 위한 촬영도 하고. 사진도 남기며 걸었다. 단풍이 걸음에 가뿐함을 더해주는 듯했다.


목적지인 운동장 트랙에 도착했다. 이미 조기축구를 위해 몸을 풀고 계신 어른들이 잔디 위에 모여 계신다. 트랙 위에 떨어진 낙엽을 정리하고 계시는 어른들도 보인다. 그리고 벌써 트랙을 돌고 계신 어른들까지. 나도 그들 틈에 합류했다.


일단 가볍게 걸었다. 따사로운 11월의 늦가을을 온몸으로 한가득 끌어안듯 하늘을 바라보며 두 팔을 휘휘 저으며 힘차게 걸었다. 걷다 보니 뛰고 싶어졌다. 슬몃 '괜찮으려나?' 하는 불안감이 올라왔지만 일단 딱 100M만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뛰었다. 순식간에 100M를 지나 200M를 향해 달렸고 다시 300M 그리고 마지막 350M에 도착했다. 한 바퀴를 가볍게 달리고 나니 괜스레 자신감이 차오름을 느꼈다.


겨우 350M일 뿐인데 그마저도 우려 아닌 우려를 해야 하는 마음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씁쓸했다. 막상 뛰어보니 가뿐했는데. 그사이 마음이 많이 작아졌나 보다. 가만히 앉아 아침 햇살을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언제나처럼 거울 앞에 섰다. 코칭을 받기 시작한 뒤로 매일 하고 있는 루틴이다. 오늘은 아침 산책도 다녀왔겠다 거울 앞에 선 느낌이 평소와 달랐다. 연기를 하듯, 거울 속 나와 대화를 나눴다. 내가 할 수 있는 긍정의 표현을 다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해주는데 어딘가 벅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대화의 방향이 살자고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내용인즉슨 이랬다.


'알레야, 누구도 너에게 자격을 묻지 않았어.'

'알레야, 누구도 너에게 하지 못할 거라고 하지 않았어.'

'알레야, 누구도 너에게 재능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알레야, 누구도 너에게 잘못 선택했다고 하지 않았어.'

'알레야, 누구도 너에게 안된다고 하지 않았어.'


'오직 너만 너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잖아.'


'그랬구나. 정말 아무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내가 나에게 들려주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밀려오면서 울컥했다. 나는 늘 타인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으면서 정작 가장 챙기지 못한 게 내 마음이었음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이내 다시 웃으며 마치 지난날의 나와 화해라도 한 듯 마음을 도닥여 주었다.


몹쓸 글쓰기 모임에서 아침마다 보내주는 글감 질문이다.


마침 오늘의 글감 질문이 '어떤 습관이나 태도가 성장에 장애물이 되었나요?'다. 나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못했던 태도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음을 깨닫는다. 늘 해보지 않고 머릿속으로 판단했던 시간, 정작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 말에 동감했던 지나날의 과오가 떠올랐다.


살아보니 정말 삶은 태도가 전부인 것 같다. 어쩌면 현실에서 드러나는 것들은 태도의 결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늘부터라도 태도를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더 이상 같은 이유가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머릿속으로 익숙하지 않은 어떤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그 행동에 방해가 되는 감정이 함께 일어나는 것을 자주 느꼈다. 감정 반응에 휘말리면 어느 순간 발목에 20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이럴 땐 무조건 움직임이 필요하다. 목표했던 행동과 다른 움직임이라도 상관없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이런 감정 반응도 그동안 내가 쌓아온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깨달았으니 이제부터 달라지면 된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깨닫고 다시 돌아가면 그건 깨닫는 게 아니라 그냥 '들어는 봤어'수준의 앎이니까.


그래도 올 한 해,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싶다. 이런 것도 되짚어 볼 수 있을 만큼. 덕분에 남은 시간과 다가올 한 해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과연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까. 나를 던져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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