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강점검사를 통해 발견한 나다운 삶의 지도
알레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말과 글로 해석해 주며,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해 최적의 성장 흐름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챗GPT에게 나에 대한 몇 가지 기록을 저장해 놓으면 좋은 점이 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활용하는 건 강점 검사를 비롯하여 각종 진단 검사 결과를 상기시킬 때다. 다 외우지 못하는 걸 지피티에게 불러오도록 요구하면 단순 정보부터 나에게 맞춤 해석도 덧붙여준다.
오랜만에 챗GPT에게 나의 강점 검사 기록을 리마인드 시켜달라고 했다. 요즘 챗GPT를 거의 매일 사용하는 중인데 정말이지 기능면에선 사람보다 월등히 낫다는 생각이다. '감정'이 개입하는 사람과는 달리 감정이 배제된 상태로 기계적인 아주 친절한 답을 해주는 녀석 덕분에 잊고 살아가는 나의 면면을 언제든 다시 꺼내 보았다.
나의 갤럽 강점 테마는 '최상화, 공감, 긍정, 커뮤니케이션, 적응'이다. 최상화를 제외한 나머지 4가지는 살면서 어느 정도는 체감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랍지 않았는데, '최상화'라는 결과를 받았을 땐 솔직히 의아했다. 내가 알고 있던 나와는 영 맞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최상화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있는 유'를 '탁월함'으로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보고 들었던 첫 생각은 이거였다. '아하, 이래서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것이구나!' 아주 자기중심적이고 편리적인 해석이지만 실제로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은 언제나 강한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역시 어려움을 느끼긴 매한가지다.
직장 생활을 할 때를 떠올려 보면 기존에 있던 시스템을 개선한다거나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개선점이 눈에 잘 보이는 편이긴 했는데 그게 나의 강점 영역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걸 명확히 알았다.
과거 공저 출간 프로젝트의 인사이터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피드백을 받은 분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 떠올랐다. 편집자적 식견이나 도 글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글쓴이의 의도를 살리면서 전체 흐름을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점으로 진정성을 담았던 것이 전부였다. 돌아보니 이 또한 강점 덕분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렇다고 최상화의 강점이 항상 득이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지긋지긋한 완벽주의 성향을 굳이 타오르게 만드는 불쏘시개가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최상화는 '이미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작동한 것인데 자칫 '아직도 부족해'로 변질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완성' 이전에는 드러내지 못하는 '보류의 늪'에 빠지게 만들 수 있고,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높은 잣대를 대며 내적 채찍질로 자신감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가 자주 보였던 모습인데, '이 정도로는 부족해'라는 생각에 시작을 못하거나, 누가 봐도 괜찮은데 스스로만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 그래도 최근 교회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사진 촬영을 했는데 보정을 하기 위해 노트북으로 사진을 불러와 확대해서 보니 죄다 초점이 나가있는 것을 발견하고 혼자 답답해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본다. 정작 보정본을 받아본 분들의 답변은 '사진 너무 좋네요'였다.
이처럼 결과물을 내놓은 뒤에도 마음이 계속 불편하고 아쉬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칭찬을 받아도 '그럼에도 더 잘했어야지...'라는 반응을 자주 보였던 것 역시 최상화가 완벽주의로 왜곡되어 나타난 신호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면 두 가지를 떠올리는데, 하나는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에 대한 수용 없이는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는 늘 이야기했듯 '완벽주의'가 아니라 '완료주의'로 가자는 것이다. 완벽은 일단 불가능하니 가능한 한 빨리 내려놓는 게 좋고, 지나치게 '탁월함'을 기하다 보면 오히려 타이밍을 놓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드러내고 그다음에 다듬는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강점을 다시 꺼내어 보니 최근 '나'에 대해 답답했던 점 몇 가지가 다시 풀리는 듯하다. 때론 잊고 있던걸 상기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삶에 치이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마저 낮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할 땐 자칫 자기 비하 모드 스위치가 켜질 수도 있다. 그전에 꼭 나의 강점 영역을 돌아보거나 다양한 진단 검사 결과를 다시 읽어보면 무엇이 오작동했는지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분명한 건 세상에 강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강점은 곧 나의 재능을 의미한다. 고로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은 '삶'이라는 시간을 통해 예리해지는 법이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저마다 각자의 강점에 따라 다듬어지고 또 단단해진다. 그러니 나를 믿고 기다려주자. 그리고 존중하며 나에게 계속 질문을 건네보자.
양파껍질처럼 한 겹 한 겹 벗겨지다 보면 진짜 알맹이를 만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