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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네 번 만났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by 알레

결이 맞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만남에 앞서 긴장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 자리로 향하는 마음에는 기대감과 반가움만 가져가도 괜찮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지인은 4개월 전에 내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와주신 분이었다. 팟캐스트 녹음 후 바로 프로젝트를 위해 3개월간 미국에 다녀오신 뒤 다시 보기로 한 날이었다. 이 분과의 인연도 SNS에서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의 인연은 대체로 SNS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을 남겨주셨던 것이 소통의 시작이었다. SNS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는 것도 반대급부를 바라며 건네는 행동인 경우도 많다. 그런 중에 유독 이 분의 댓글이 눈에 들어왔던 건 요식행위 같은 글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처음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때가 생생하다.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 누구보다 눈빛이 빛났기 때문이다. 일단 눈이 크기도 하지만, 대화를 나눌 때 순간순간 느껴지는 생동감이 그분에게 매료되도록 만들었다. 눈빛뿐만 아니라 긍정의 아우라도 한 몫했던 기억이 난다.


횟수로 따지면 팟캐스트 녹음 전 사전 미팅 자리가 두 번째 만남이었고 팟캐스트 녹음일이 세 번째, 그리고 오늘이 네 번째 자리였다. 겨우 네 번 만났을 뿐인데 결이 맞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섣부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교감할 수 있었던 게 많았다.


뒷 시간에 약속이 있어 길게 만나지 못했지만 미국에서의 여정을 보낸 뒤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듣는데 역시나 오늘도 변함없이 진실의 눈빛이 빛나 보였다. 덕분에 나 또한 긍정의 에너지가 채워지는 걸 느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문득 '결이 맞는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무의 결처럼, 물결의 흐름처럼

'결'이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것 이상의 감각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나무의 결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마음이나 실크 천의 결처럼 손끝으로 스치면 느껴지는 미세한 울림처럼 그 한 마디 안에는 여러 가지 감성이 녹아 있다.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대부분 이런 느낌을 받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고, 굳이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편안하며, 서로의 틈이 어긋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그 미묘한 느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결이 맞는 관계는 불협이 아닌 조율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굳이 맞추려 애쓰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상대의 속도를 배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다운 조화'가 가능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의 나다움이 관계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 아닌 조화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서로의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이 시작된다.


육아를 하면서, 퇴사 후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 느낀 건, 사람이 너무 고단하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존재가 간절해진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애쓰지 않아도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될 수 있는 사람.


결이 맞는 사람은 그래서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된다. 말을 줄일 수 있고, 감정을 덜어낼 수 있다. 나를 판단하지 않기에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직장인일 때를 돌아보면 거의 하루 종일 판단을 당하며 살아갔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보였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나도 타인을 판단하게 된다. 판단하고 판단을 당하는 사이는 절대 깊어질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살았다.


이 모든 설명이 필요 없는 사이. 그게 바로 '결이 맞는 사람'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이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삶인지 더 깊이 깨닫는다.


한 번 가만히 떠올려 보자. 내 삶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짧은 메시지라도 남겨보자. 결이 맞는 사람, 당신 덕분에 내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결이 맞는 당신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나의 글을 읽어주는 당신 덕분에 오늘도 나의 글은 생명을 얻게 되었다고.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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