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존중하는 방법

by 알레

사람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저장고가 하나 있다. 무엇이 저장되어 있는가 하니 바로 '자존감'이다. 여기에는 밖으로 연결되는 수도꼭지가 하나 있는데 이 수도꼭지를 통해 채워지는 곳에 또 하나의 드럼통이 있다. 이 드럼통의 이름은 '자신감'이다.


뭐, '자존감'과 '자신감'을 표현하는데 턱없이 작은 물통과 물컵이지만, 위의 문장을 굳이 이미지로 표현해 보자면 이런 느낌이다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과거에도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직장생활 9년과 퇴사 후 4년 도합 13년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나는 실행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사람이었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불확실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데, 실행을 미뤄서 자신감이 떨어졌고, 자신감이 떨어지니 덩달아 실행도 미뤘던 게 아닐까 싶다. '실행력'과 '자신감' 사이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게 '자존감'인데, 자존감의 통이 채워져 있으면 처음 경험하는 일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넘어서는 자신감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자존감이 수도꼭지 보다 수위가 낮아지면 더 이상 자신감의 물컵을 채울 수 없으며, 따라서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자신감이 꺾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삶에서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다. 자존감은 스스로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즉, 엄밀히 말하면 타인에 의해서 높아지고 낮아지는 게 아니라 '나'라는 필터를 거쳐야만 결과가 만들어진다.


만약 유난히 자신감이 떨어져 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데 망설여진다면 자존감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나를 존중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는데, 코칭을 받으면서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어떤 행동(Doing)이 없어도 존재(Being)만으로 내 가치를 인정하는 것."


즉, 어떤 행동의 결과로 나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해 주는 것이 '자기 존중'이라는 것이고, 이것이 있어야 자존감이 채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슬프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타인에 대한 존중은 꽤 잘 되어 있지만 '자기 존중'은 '자기 비하'보다 못하다는 걸 종종 느낀다. 알게 모르게 나 역시 나를 존중하기보다 비하하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일상 속에서 나를 존중하는 연습을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지난 글에서 여러 차례 소개했던, 실제로 내가 자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거울 존중 연습이다. 거울 앞에 서서 3분 동안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해보자. "나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다." 이왕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할 때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부터 뭔가 채워지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몇 가지 행동을 더하고 있는데, 하나는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나는 알레를 존중한다", "알레야, 괜찮아, 잘했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고, 동시에 손으로 가슴, 어깨, 팔, 머리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주는 것이다. 양팔을 교차해 자신을 안아주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것도 방법인데, 조금은 낯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실제로 반복해 보면 위로받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서 추천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나는 자기 전에 누워서 이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수시로 하는 행동 중 하나는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방법이다. 기억 속에 상처나, 후회로 남은 장면 속의 나를 떠올리며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준다. "알레야, 그럼에도 넌 존귀한 사람이야. 이제 그만 움츠러들어도 괜찮아."


직접 말로 하는 것이 민망하다면 글로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의 나에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니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나를 돌아볼수록 알게 되는 건 지금은 괜찮은 줄 알았던 것들 중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 것들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묵은 감정의 형태로 남아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어느 날 나를 긁는 상황이나 대상을 만났을 때 불쑥 드러나 사람을 꽤 당황스럽게 만든다.


꼭 과거를 들춰내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하나씩 마주해 볼 용기를 내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직면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나를 믿는 믿음에서 가능한 것이고 믿음은 존중에서 비롯되니 그만큼 마음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


만약 오늘의 글에 공감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나를 존중하는 행동을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꼭 기억하자. 자존감은 결국 내가, 오직 나만이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