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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rce Jan 16. 2019

별 소득없는 일을 계속 해보는 것

시간 낭비가 아닐거야.


가끔 별 소득이 없는 일을 계속해야할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회사를 탈출하고자하는 목적 때문인지, 그저 취미 생활로서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인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퇴근 후에 많은 것들을 시도해 왔다. 영어 공부를 한다거나, 천연 비누를 만드는 것을 배운다거나, 가죽 공예 클래스를 수강하거나, 우쿠렐레 동아리에 들거나,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등.... 그 대부분은 시작하고 얼마안되서 그만둘 때가 많았다. 그럴싸하게 와닿는 성과가 보이지 않다보니 쉽게 포기한 것이다. 그래봤자 6개월, 1년... 지금 생각해보면 겨우 걸음마 때는 수준에 불과할 때부터 나는 피부에 느껴지는 변화가 있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만큼 했는데도 도무지 싹이 보이지 않았기에 계속 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각박한가-?) 하물며 컴퓨터 게임조차 잘해야 재밌지 못하면 재미없는 법.. 누군가 말하길 포기는 빠를 수록 좋다고 하더라.


무슨 일이던지 처음에는 모든것이 쉽고 재밌기 때문인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열정이 샘솓는다. 난이도가 낮은 첫 판을 깨고 나면 신나서 게임에 빠져는 것처럼 우연히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열정적으로 글쓰기에 매료되어 버렸다. 매일 글감이 머리에 가득했다. 쓰고싶은 것이,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았기에 막힘없이 써내려가곤 했다. 꾸준히 쓰다보니 서서히 구독자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모든 것이 신기했다. (나에게 구독자라니!) 어딘가 메인에 걸렸는지 갑자기 많은 사람이 유입될 때는 두근거림과 함께 부끄러움, 두려움도 느꼈다. 초보 작가(?)인 나에게 모든 것은 설렘 가득한 '소득'이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반응이 온다는 것... 분명 놀랍고 값진 경험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거나, 갑자기 구독자 수가 늘거나 하는- 그런 행운은 가끔있었을 뿐이고, 괜찮게 썼다고 생각했지만 이전만큼의 반응은 없는 시기가 서서히 찾아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점점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는 고갈되기 시작했다. 더 잘쓰고 싶을수록 더 제자리걸음인 것 같았다. 마른 걸레를 쥐어 짜듯 글을 쓰기를 반복하다가, 나는 도망치듯 글쓰는 것을 그만두었다. 나에게는 재능이 없는 듯한, 별 소득이 없는 일에 계속 시간을 쏟기 싫었던 걸까-. 포기하면 마음은 편하니까. 그 즈음, 시기 적절하게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일을 하다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와중에 나는 브런치에 들어와 다른 글을 읽어보거나, 몇줄 끄적이다가 나가기를 반복했다. 왜였을까- 나역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역시 나는 순수하게  뭔가 그리고 쓰는 것이 즐겁다는 것.


그렇게 인정하고나니 글을 쓰는 것이 한결 편안하게 느껴졌다. 아주 괜찮은 글이 나오지 않을지라도 내가 그 순간을 즐겼고, 한 명이라도 그 글을 읽어준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라는 조금은 루즈한 자세로 글을 쓰기로 했다. 프로가 아니기에 가능한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부족하다고해서 그만둬버리면 정말 끝인 거니까... 꾸준히, 즐기면서 하다보면 언젠가는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별 소득이 없더라도- 별 재능이 없더라도- 계속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계속해봐도 좋지 않을까?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특별한 소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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