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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rce Jul 13. 2018

나를 알아간다는 것

너덜너덜해지며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이 멋지게 느껴졌고, 몰두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 딱히 글쓰기에 대하여 배운 바도 없었기에 여태까지 나름 재밌게 읽었던 에세이들을 떠올리며 그와 비슷한 알맹이 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시키는 이 없이 시작한 이 과정은 생각보다 괴로웠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꾸준히 시간을 할애하는 성실함이 힘을 쓸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의 내면은 복잡해져갔다. 고통스러웠다.


글을 쓰다보면 어김없이 외면하던 많은 문제들과 직면하게 된다. 글의 주제를 ‘변해가는 것들’로 잡은 것이 문제였을까? 나는 시니컬했고, 열정이 식어버렸고, 인간관계에서 많은 실망을 해버린 너덜너덜한 인간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성장하면서 좋은 쪽으로 변한 부분은 많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마무리하기엔 아직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조금은 나 자신을, 환경을 바꿔보고자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이런 처절한 과정을 겪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버거웠고, 예상치 못했던 가치의 혼란을 야기했다. 우연히 내 글을 읽은 누군가는 나의 글을 보고 참 나약한 내면을 가졌구나라고 생각할려나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면을 굳이 꺼내서 보이는 것은 역시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껍질을 벗겨내며 솔직하게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에세이 작가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이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책을 출간한 작가님들을 더욱 존경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나름 좋은 경험이라곤 할 수 있겠다.


내 글들은 익명이라는 가면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분명 존재하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개인의 세계. 각각의 사람은 각자의 세계관을 가진다고 하던가. 이름을 공개하고 남에게 내보이기엔 나의 세계관은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다. 마치 꼭꼭 숨겨놨던 중학교 2학년 때 일기장을 보여주는 격이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일기장엔 이름이 없으니 남들이 보아도 상관은 없겠지.. 싶다가도 참 이상하게 가끔은 벌거벗은 듯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글 솜씨에 대한 부끄러움, 생각에 대한 부끄러움.. 이런 부끄러움과 계속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계속 써나가기 위해서.


변해가는 것들 대하여 고찰하면서 이런 내면을 나는 얼마나  숨기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감탄스럽기도 하다. 다른 이들도  같으리라 생각한다. 다들 아주 개성있는 거대한 세계관을 하나씩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겠지. 단지  사회에서는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눈에띄지않게 꼭꼭 감추고 살아가는 거겠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는 선조들 말씀이  맞다.나도 알기 힘든 나의 한길 .. 글쓰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글을 씀으로써  속을 가끔은 들여다봐주는 것이 나에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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