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사빠 금사빠

뜻 : 쉽게 사랑에 빠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by alerce


사람들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속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불타올라서는 다신 없을 사랑을 만난 것처럼 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있든 없든 관심도 없는 것 같더니 점차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두 경우 모두 만나보았기에 두 경우 모두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음, 나의 경우는 금사빠에 가깝다. 애정결핍의 일환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호감 있던 사람이 잘해주면 미친 듯이 '혼자서' '갑자기'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곤 한다.


어릴 때는 이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몰랐고, 왜인지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 상해하며 일부러 헤어지기도 했다. 아니면 괜히 이상하게 집착을 했다가 차인다던가. 아님 누가 날 갑자기 너무 좋아해서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아직 연애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 사랑의 속도가 맞지 않을 때 나타나는 흔한 부작용이었으리라.


하지만, 나도 요즘은 이성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사랑의 속도가 느린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고 보니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태에서 불같이 타오르는 나 자신이 오히려 내 감정에 빠진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쉽사빠, 금사빠라는 말도 많이들 쓰는 것일 테지만.


맞고 틀리고는 없겠지만, 정말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면, 성숙한 연애를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춰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는 이만큼 와있는데 너는 저 멀리 걸음마 수준이라고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생각은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만큼의 사랑이 아직 차있지 않은 상태임에도 나를 만나준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니까. '아직 내 매력을 모르는군...' 이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나를 솔직하게 보여줘 보는 것이 조급해하는 것보다는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분명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 우리는 같은 속도로 걷고 있게 될 것이라고, 내가 먼저 가서 기다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같은 속도로 걷기 전에 다른 연유로 헤어진다고 해도, 조급한 마음 때문에 헤어지는 것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다.)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연료가 빨리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서 쉽사빠, 금사빠는 좋은 의미의 단어로 쓰이지는 않는 것 같다. 초반에 너무 불같이 구는 사람을 조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유인즉슨 초반에는 모든 것을 해줄 것처럼 굴다가 나중에 시들해지면 괜히 마음만 상할 것 같아서 그렇단다. 이것은 명백한 오명이다.


나는 금사빠로써, 금사빠들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감히 자부한다. 그건 사람마다 다른 성향인 것이지, 모든 금사빠들이 처음만 불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나니 그 대상을 보고 있으면 참을 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사랑 표현이 튀어나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표현은 연애 기간 중 내내 지속된다. 그냥 나에겐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일 뿐이다. 나 같은 사람들도 종종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러니 금사빠 같다고 쉽게 변한다는 색안경을 끼고 봐서 좋은 사람을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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