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여행이 얼렁뚱땅 뉴욕 여행(1)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어쩌다 할렘가에 떨어진 그녀.

by alerce


나는 여행에 그다지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집이 크게 부유한 것도 아니었고, 어릴 때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본 적도 없다. 난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부럽다거나 하는 감정을 느껴본 적 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학에 와보니 대학교에서 좀 산다는 친구들은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는 큰 문화 충격 같은 것이었다. 외국 생활을 하다가 온 친구들도 많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원래 여행에 큰 관심이 없는 내가 여행을 자발적으로 가려고 했을 리는 없었고, 심지어 난 인턴 비슷한 것을 대학생활 내내 병행하느라 여행 갈 시간이 결코 주어진 적이 없었다. 아마 지독히 할 일이 없는 방학을 보냈다면 친구들이 어디 놀러 갈래? 했을 때 선뜻 따라나섰을 성격임에도, 난 대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맘 때는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로 가는 것이 꽤나 흔한 일이었는데, 나 자신도 내가 첫 해외여행을 저 먼 미국 땅의 뉴욕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해외여행을 하기에는 너무나 바쁘고, 돈도 없어서 첫 해외여행은 내 자의로 간 게 아니게 되었다. 공모전에서 당선이 되면서 뉴욕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비행기 표를 지원받아서 타국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인터넷이 되었는데, 별로 잘 찾아보지도 않고 쫒기듯 떠나게 되어서 나는 사람들이 장난스레 말하곤 하는 비행기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당시엔 여행보다 비행기에 타는 모든 과정이 제일 설레고 무서웠던 것 같다. 내가 무슨 실수를 하거나 하여 비행기를 놓쳐 국제 미아가 될까봐 너무나 무서웠다.


심지어 싸게 간답시고 일본 경유 비행기를 탔다. 경유는 또 어떻게 하는건지도 잘 모르던 때, 그냥 사람들이 우르르 가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우연히 경유도 어찌저찌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종착지인 JFK공항에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그 당시 2012년도쯤에는 해외 로밍이나 와이파이 에그 같은 것들이 그다지 활성화되어있지 않던 시대였다. 그래서 내가 처음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난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연락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와서?) 그래서 국제 전화 카드를 공항에서 산 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는 받지 않았다. (모르는 번호니까 안 받았을 것 같다.) 근데 JFK 공항이 작아서인지 운이 좋아서인지, 그 친구가 특이하게 생겨서인지, 걱정하던 중에 출구에서 딱 마주치게 되었다.


뉴욕에는 이미 고등학교 때 친구가 한 명 유학 중이었다. 그래서 난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숙소도 뉴욕 지하철에서 맨 마지막 역에 있는 제일 싼 곳으로 잡았다. 친구가 그곳 근처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정도는 친구가 나를 데리고 다니며 관광 명소를 소개해줬다. 하지만 2주를 내리 그렇게 날 챙겨줄 수는 없었던 친구는 대학 학업으로 인해 3일 뒤 쯤엔 서서히 만나기 어려워졌다. 지금 생각하면 염치도 없이 2주나 나를 챙겨줄 거라고, 놀아줄 거라고 생각한 내가 참 웃기기도 하다.


처음으로 혼자서 뉴욕 시내를 나가던 날, 나는 뉴욕 지하철 환승이 그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다. 친구가 매일 가이드를 해주어서 난 지하철을 어떻게 타는지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르는데 왜 인터넷으로 잘 알아보지도 않고 길을 나선 것인지, 지금은 이해가 안가지만.. 그 당시 나에겐 여행이 그토록 낯선 과정이었다. 낯선 언어, 낯선 바빠 보이는 사람들. 색깔은 어찌나 많은지. 같은 플랫폼에서도 여러 방면의 지하철이 지나갔다. 난 용감했고 무식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경유하던 때처럼 사람들을 따라 우르르 걸어갔고, 적당히 비슷한 플랫폼에서 지하철에 올라탔다. 나는 그렇게 뉴욕의 악명 높은 할렘가에 떨어지게 되었다. 친구가 이쪽은 가면 안된다고 한 바로 그곳..! 흑인밖에 없는 그 지하철에서 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내렸지만, 그 역은 꼭 밖으로 나가야 반대쪽으로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여기서 죽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철창 같은 녹이 슨 지하철 출구를 나왔다. (진짜 감옥 철창같이 생겼다.) 하지만 그다지 위험해 보이는 거리는 아니었다. 사람도 거의 없었다. 후다닥 달려가 무사히 반대편 지하철을 탔다. 재밌었던 것은, 그 와중에 사람들이 나한테 길을 그렇게 물어보더란 것이다. 나도 여행 왔는데... 뉴욕은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백인도 나한테 길을 묻고, 흑인도 나한테 길을 묻는데, 나도 길을 잃은 상태였다.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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