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다큐 리뷰
물건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까. 요즘은 '물건'이 사람의 정체성까지 대신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쓰는 물건이 나를 대변해주니,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한 눈에 보여지기 위해서 브랜드를 선택한다. 아니 브랜드가 나를 선택하는 건가.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넷플릭스의 이 미니멀리즘이라는 다큐를 보고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사실 이와 같은 종류의 책도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다. 유명한 미니멀리스트인 일본인 사사키 후미오의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였다. 그 때 느낀 점은 세상은 너무 물건이 많고, 작고 협소한 집 안에 모든 필요한 물건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삶의 질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그런 생각은 잘 못해봤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넷플릭스 다큐인 '미니멀리즘'에서는 두 남자가 여러곳을 여행다니며 미니멀리즘에 대한 강연을 한다. 그들은 가진 것이 거의 없다. 꼭 살기위해 필요한 것 빼고는 집도 방랑자처럼 옮겨다니고, 옷도 매일 빨아서 그냥 입는다. 와. 이정도만 가지고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니.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 우린 저들이 들고다니는 것들 외에는 다 필요 이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집 조차도 말이다.
사실 나 자신의 삶의 질을 떠나서도, 지구 환경을 위해서는 미니멀리즘이 꼭 동반되야 한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힘들고, 집 안에 공간이 없어~!'라는 투정은 너무나 이 문제를 가볍게 대하는 것이다. 내 삶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지구 환경이 문제다.
환경보호의 정당성을 언제까지 북극곰을 위해 지구를 지킨다는 헛소리로 포장할 것인가. 우리는 소비를 줄이고, 조금 덜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할수만 있다면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우리는 자각해야한다.
물론 나는 디자이너로서 지독한 맥시멀리스트다. 예쁜 디자인의 어떤 형태던 수집욕이 있다. 나의 예산 안에서 귀엽다고 여겨지는 물건이 있으면 그냥 다 사고 집 어딘가에 박아두거나 올려두곤 한다. 나부터 반성해야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있다. 그래서 요즘은 물건 하나를 사게될 때도 전보다 훨씬 오래 고민하게 된다. 꼭 꼭 꼭 필요하고, 오래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비싸더라도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요즘 강제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우리집 거실은 여전히 거실답지 않다. 소파도 없고 TV도 없다. 강아지 집은 탁자 밑의 방석이다. 뭘 사려고 해도 오래 쓸 수있는 물건을 찾다보면 귀찮아지고, 우유부단해지고, 그래서 또 그냥 안사게되고. 이 루틴의 반복을 지속하고 있다.
난 미니멀리즘의 두 남자처럼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에서 오는, 물건을 소유함에서 오는 그 쾌락을 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앞서 말한 나의 방식은 적어도 실천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나를 사더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을 사서 오래 오래 쓰는 것. 신기하게도 비싸고 장인들이 만든 물건일수록 소재도 좋고 환경에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은 비싸기에, 오늘도 난 텅텅 빈 이 집을 언젠가는 꼭 필요한 것들로 채우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내가 사고자하는 물건의 장단점, 내구성, 가격 등을 꼼꼼히 체크하려 노력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