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아가 될 뻔했던 유럽 여행 (3)

과연 그녀는 런던으로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

by alerce

위기는 늘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는 것 같다. 놀랍게도 그 경찰서엔 단 한 명도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없었다. (유럽의 스마트폰 보급이 얼마나 늦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밖에서 꺼진 폰 때문에 시간도 모르고 헤매다 들어온 경찰서에서 처음 본 시계는 어느덧 9시를 향하고 있었다. ‘길 잃은 동양인 관광객’ 카테고리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으로 보였는지 나는 경찰서에서 무한 대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계속 흐르고.... 속은 타는데... 내가 11시까지 내 짐을 가지러 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친구는 내가 약속 장소에도 안 나타나고, 연락도 안되고...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런던 가는 버스를 놓치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연달아 놓치게 될 텐데, 환불도 안 되겠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이 꺼졌을 뿐인데 국제 미아가 되다니.. 어디 전화할 번호조차 갖고 있지 않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이폰 충전기를 빌리는 것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 가서 사면 되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이 꼬였는지 도저히 지금의 인터넷 기술과 스마트폰 보급률로는 이해도 안 가는 사건이다.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난 이제 모든 귀국 일정이 꼬였구나. 못 가겠구나. 교수님한텐 또 변명하듯 말하게 되겠구나.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그놈의 아주 작은 스마트폰 충전기 하나 없어서 이 모든 일이 벌어진다니...


그런데 나에게 또 한 번의 이유 없는 행운이 찾아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기다리던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나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 경찰서에 들어온 친구가 눈에 띈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대충 지역을 맞춰서 내린 지하철 역이 우연히 정말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와 가까웠고, 그 친구는 약속 장소 근방을 헤매며 나를 찾다가 내 폰은 연락 두절이고 비도 오고 하니, 이 경찰서로 들어온 것 같았다. 전래동화 급 필연성에 나는 눈물이 났다. 난 친구를 급하게 불렀다. 나 여기 있다고..


... 나의 잠깐의 국제 미아 사건은 그렇게 핸드폰 배터리가 많이 남은 친구를 만남으로써 끝이 나게 되었다. 친구는 나에게 왜 연락을 안 받았냐며 화를 냈고, 너 때문에 계속 기다리다가 주변의 경찰서로 들어섰다고 했다. 친구와 나는 같이 지하철을 타고 한인 민박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메가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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