퐈이야!
최근 파이어족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일찍 일을 하고 저축을 열심히 해서 시드머니를 모은 후 재테크를 열심히 하여 빨리 은퇴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렇게 얻은 돈들로 노후까지 먹고사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파이어족이다. 사실 어렸을 때 이런 문화를 알았다면 이렇게 살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맥시멀 리스트의 삶을 살았던 나는 저 삶이 정말로 행복할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주기적인 소득이 없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일을 하면서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고, 그 돈은 생각보다 삶을 풍요롭게 해주곤 했다. 하지만 그만큼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컸다. 속된 말로 사람들은 '시발 비용' (거친 단어에 죄송합니다.)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소위 스트레스를 돈으로 푸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가지고 싶었던 것을 질러야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어도 힘든 직장인 생활.. 이런 소비에서 오는 행복도 없이 일하고 저축하고 재테크를 하다가 일찍 은퇴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 말 자체는 너무나 이상적으로 들린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 파이어족을 알기 전부터 나는 이런 삶을 동경해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질적인 인간의 자유는 경제적인 자립에서 오지 않는가. 늘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파이어족도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닐까?
아무리 내가 부잣집의 자식이라고 한들 부모님의 돈이다. 아무리 내가 부잣집에 시집을 간들, 사짜 달린 성공한 사람과 결혼을 한들 그들의 눈치를 보며 돈을 써야 하는 것이 행복할리 없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큰돈을 번다고 해도 결국은 그 돈은 회사에서의 온갖 수모를 참고 버는 돈이다. 이러한 돈들은 다 내가 주체가 아닌 것이기에 결국 당장은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진정한 경제적 자립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체가 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법은 건물주가 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일까? 결국 주식 배당금이나, 월세를 받는 방법, 사업을 해서 성공하는 방법이 유일하게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방법일까. 사업은 금수저들이 벌이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셋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나라는 인간은 사업을 벌이는 일이 그나마 맞지 않을까 싶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키는 대로 하는 회사 일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자아실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개인 사업으로만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직업으로 자아실현을 할 때도 분명 소규모 사업으로는 안 되는 것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서 해야 하는 일들, 대기업 회사의 자본이나 브랜드가 필요한 일들이 그런 것들일 것이다. 그러한 일들은 명예도 같이 따라오곤 한다. 그리고 삶에 적당한 루틴을 준다. 가끔은 개인이 절대 할 수 없는 기회들을 주기도 한다. 개인 사업을 한다면 작게 시작해서 점점 키워나가야 하고 그렇다 해도 공룡 기업들만 한 입지를 다지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살아남을 경우다. 그전에 망하는 회사가 90프로 아닐까.)
그럼 역시 대기업 대감집에서 대장 노예가 되기를 꿈꾸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흙수저의 유일하고도 안전한 자아실현의 길인 것일까. 하지만 큰 회사 시스템 안에서의 자아실현은 힘들고 지친다는 것에는 반박할 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버티면서 회사 다닌다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재테크 외의 경제적 자립이란, 내가 가진 능력이 아주아주 값진 것이어서 누구나 나의 능력을 원하고 찾아준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자립된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 굳이 주식, 건물, 사업이 아니어도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내가 자립할 수만 있다면 분명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개인의 능력을 갈고닦을 것이라는 생각. 사실 그게 제일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이상의 어느 부분은 비틀어져있다. 결국 불로소득을 취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밝혀지면서 이렇게 이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씁쓸함 뿐이 아니던가.. 일을 열심히 해도 결국 남은 것은 하나도 없고 계속되는 경제적인 의존이 사람의 피를 말리는 세상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정보화 시대에 많은 경험담, 정보가 풀리면서 똑똑한 동학 개미들이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업보다는 재테크에 열광하고 재테크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실현하고자 하는 동학 개미 운동을 보라.
이런 문제에 정답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짧지 않게 경험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늘 돈이 필요했다. 굽실거려서 얻는 돈이 아닌 진정한 내 가치 때문에 받는 돈, 혹은 내가 정당하게 투자해서 얻은 돈. 정말로 당당한 눈치 보고 얻지 않아도 되는 '내 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