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SAILING Mar 09. 2019

폰다지오네 프라다

밀라노의 프라다 미술관

밀라노에 오면 Bar Luce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던 피렌체 친구. 덕분에 폰다지오네 프라다를 오랫만에 다시 찾았다.


세번째 방문이던가. 전시는 항상 아웃오브 내취향 이었으나 공간이 좋다.

양조장의 기존 건축물들에 세 채를 더했다.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폰다지오네 안에 들어오면 어떤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프라다의 예술적 취향


이번 전시는 어떨라나.. 입구에 영사기가 있다.

조명하고, 기록하고, 

늬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겠다.. 뭐 이런 뜻인가?


반대편엔 수족관처럼 생긴 것들이 전시돼 있다.

..뭘까?

.

.

엄마야...


아랫층에 내려가니 계단 앞에

나뒹굴고 있는 죽은 말

얘는 또 뭐니


아아아...

역시 전시는 변함없이 그로테스크 하다.

왼쪽 벽이 작품임



Circa Tabac by Carla Arocha & Stéphane Schraenen


그러나 웬일로 아래층 포디움에서는 맘에 드는 작품을 하나 발견했다.

이보다 더 날카로울 수 있을까. 예각의 반복된 제오메트리에 재질은 거울. 

각자의 면들이 촬영을 하는 순간 공간의 다른 시점들을 한데 모아 놓아 

피카소가 울고 갈 입체파 사진이 되었다. 

내 다리, 옆사람, 뒷 조각품, 맞은편 그림, 천장..

그리고 그들의 반사, 반사의 반사, 그로 인해 이미지 파편들은 더더욱 날카롭다.



텍스처가 강한 돌바닥, 검은 벽, 두꺼운 액자 속 화려한 바로크 유화들..

이 리치하고 무게감 있는 공간의 한 가운데 놓인 차가운 회색은 거울 표면에 반사된 전시장의 알루미늄 천장. 기막힌 믹스앤매치.


바로크 스러운, 유기적이고 치덕치덕 복잡한 장면을 가로질러 잘라 버리는, 날카롭고 직선적인 형태와 차가운 표면.

순간 이들이 만드는 콘트라스트가 폰다지오네의 건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Fondazione Prada

세월의 때가 묻은 석회 벽의 양조장 건물 옆, 차갑고 단순하고 모던한 영화관 건물의 배치.

폰다지오네는 옛 것의 복원도, 새 것의 창조도 아닌 이 둘 사이의 어딘가라고 했다. 사실 옛 건축물만을 이용한 것도, 아예 새로 지은 것도 아니긴 하니까. 이 둘이, 형태와 재질에서 명확한 차이를 고대로 간직한 채 공존하고 상호작용 하고 있다.

새것과 옛것

수평과 수직

넓음과 좁음

밝음과 어두움

열림과 닫힘

미술과 건축




 영화관 건물에 반사된 황금타워에 반사된 저녁 햇빛, 이제 뉘엇뉘엇 해가 지기 시작하고

북쪽 건물에서 전시를 계속 본다.


Luc Tuymans의 Sanguine


전시는, 현대적 의미에서 '바로크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이나믹하고 거창하고 보는 이를 압도하는 바로크는 당시 유럽의 한 쪽에서 무소불위의 파워를 자랑하던 귀족 계급을 닮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중산층이 등장하고 자본주의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전통주의의 극대화와 모더니즘의 탄생. 그 배경이 된 시대 상황처럼 상호 충돌하는 양 극의 공존, 즉 바로크는 콘트라스트라고 규정하고 전시를 큐레이팅 했다고.



이번엔 새로 생겼다는 타워에 가 본다.

밖에서 볼 땐 무슨 곡식 정미소 건물 같은 느낌.

엘레베이터가 고장났다며 입장권을 할인해 주더니만 윗층에 볼만한 게 많다며 5층부터 시작해 내려오란다..;;


역시..

영구 전시관이라는 이 곳도 일관성이 있다.

인정한다. 정말 전시는 아웃오브 내취향

나치 정부에서 배급한 라디오로 레디메이드

웬 멋진 차가? .. 했더니 금속 봉이 관통.




꼭대기 층에서 본 전경.. 이 곳은 서울로 치면 구로공단 같았던 곳?

창밖으로 폰다지오네 광고판이 혼자 불을 켜고 있다. 무슨 에드워드 호퍼 그림처럼 외로운 거리 풍경.


이런.. 시간이 늦었다.

입장권을 사면 공짜로 주는 전망대 표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이다. 서둘러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갈레리아에 갔지만 관람시간이 지나 버렸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아래층 빵집 마르케지에 들렀다.


몇년 전 밀라노의 유서 깊은 디저트 집 마르케지를 인수한 프라다, 전 세계 매장이 있는 곳마다 마르케지를 함께 연다더니 갈레리아 안에도 하나 생겼다.

자수 실크로 덮은 벽, 개성있고 우아한 빌로드 소파,

근데 나는 폰다지오네의 아트 컬렉션이랑 왜이렇게 연결이 아니 되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목표설정의 딜레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