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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SAILING Nov 03. 2020

삼천포 코너-배에서 물고기밥 덜 주는 법

멀미 안녕~!

지난주에는 남해에서 제주도에 다녀오는 항해를 했습니다.

전날 풍랑주의보가 있었다 하더니 역시 시작부터 바람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꾸준히 북서풍이 불었던 탓에 파도가 높았습니다. 멀미가 심한 크루들은 화장실에 내려가기 시작했죠. 시간이 갈수록 파도는 점점 높아졌고 크루들은 활기를 잃어갔습니다. 결국 제주도까지 120해리를 밤샘 항해로 한 번에 가려던 계획을 변경해 중간 지점에 있는 거문도에서 피항을 했습니다. 


이번엔 지중해입니다. 

프로페셔널 선장과 저를 포함 크루 셋이 배를 옮기는 항해. 애매한 우리에게 조타대를 맡기기 영 불안했던지 선장 혼자 밤을 새우기로 했습니다. 저는 일찌감치 아래 내려가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벽녘, 과격한 배의 흔들림에 쓰나미 같은 멀미가 일며 잠이 깨더군요. 몇 초 안에 분노의 역류가 시작될 기세. 눈을 번쩍 뜨고 토를 하기 위해 황급히 선미로 달려 나갔습니다. 칠흑 같던 밤 파도와 싸우다가 순발력 있게 제 뒷목덜미를 낚아챈 선장 덕에 제가 지금 여기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잠이 덜 깬 채 밤바다로 직행할 뻔했거든요. 제가 타고 있던 배는 선미가 완전히 뚫린 데이세일러였습니다.

오싹하쥬?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이 날은 이동할 거리가 길고 중간에 피항할 곳도 마땅치 않아 별수 없이 지중해 코발트빛 디스코팡팡을 웬종일 타야 했습니다. 다들 바다만큼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고 있던 중 한 친구가 시계를 보더니 해맑은 얼굴로,


"점심시간이네. 다들 간단하게 토마토 파스타 어때?"


기가 막힌 일행을 뒤로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멀미가 이는 배 안으로 들어가더니 정말 토마토 파스타를 끓여 올라오더군요... 

이런 소수의 선택받은 특수 체질들과 함께하면 선내로 들어가야 하는 각종 심부름을 시킬 수도 있어 크루들의 복지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적던 많던 멀미가 있죠. 멀미가 심하면 항해 계획을 변경해야 할 때도 있고 저처럼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구전 민간요법과 멀미약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멀미했던 역사적인 바다맨들로 넬슨 제독, 찰스 다윈, 콜럼버스 등이 있었다고 하죠. 모두 일생의 상당 부분을 배 위에서 보낸 인물들이고요. 매년 11월 말 대서양을 횡단하는 레가타 ARC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62퍼센트가 멀미로 고통을 받는다고 답했다네요. ARC에 참가할 정도면 경험 많은 중, 상급 세일러들임에도 말이죠. 세일러들은 멀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이탈리아 세일러들은 뱃멀미를 방지하기 위해 다음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더군요.


커피와 술을 마시지 마라

물을 덜 마셔라

속이 비게 하지 말고 짭짤한 것을 계속 먹어라 

추위를 느끼기 전에 방한을 잘하라

데크에 올라와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아예 누워서 자라


그래서 바다가 험한 날 아침엔 커피를 건너뛰고 특수 체질들은 연신 부엌으로 내려가서 놀랍도록 짠 주전부리들을 만들어 올립니다. 물을 덜 마시는 것은 그 자체의 효과도 있겠지만 멀미 지옥 화장실에 덜 내려갈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 여성 세일러의 경우 겹겹이 입은 장비를 벗고 변기에 앉을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 그 사이 위기의 순간을 맞기 쉽죠. 구명조끼, 세일링 재킷, 멜빵형 방수 바지, 방한 바지.... 

그래서 남성처럼 데크 위 선미에 서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입식 소변기(?!) 같은 것을 사 보기도 하지만 역시 제일은 소변이 덜 마려운 것이겠죠. 하지만 이미 구토를 했다면 수분과 이온 보충을 위해 스포츠 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외에 비타민 B나 생강 섭취, 씨밴드 지압 요법 등이 있다고 하지만 효과에 개인차가 큰 것 같습니다.


움직임으로 인한 멀미는 시각정보와 내이에서 감지되는 위치 정보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다고 하죠. 멀미약은 구토를 유발하는 신경 활성을 떨어트리거나 뇌의 감각을 무디게 해 증상을 완화합니다. 각각의 작용 기작에 따라 멀미약의 종류가 나뉘는데 자신의 몸에 잘 맞는 멀미약을 알고 있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일단 구토를 시작했다면 아까 먹은 멀미약을 곧 다시 보게 되기 십상이라 사전에 미리 복용을 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가피할 경우 좌약 형태의 멀미약을 사용하기도 한다지만.........





죽지 않아


위기의 순간이 올 경우 '토를 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덜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배의 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단 '풍하', '선미' 쪽 구석에 안전하게 부여잡고 있을 지지대를 확보하고 그분이 오실 때를 기다립니다. 토하느라 탈진한 사람은 기운이 없고 정신이 혼미할 수 있으므로 누군가 함께 있어주면 좋고요. 옆에서 등도 두드려 주고 물병 하나를 들고 있다 뒤처리도 해 주세요. 

멀미에 시달리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선내로 들어가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게 마련이지만 양동이를 하나 들고 아래 내려가 몸을 가로로 뉘는 것은 의외로 큰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때 베개가 꼭 필요하더군요. 잠이 들면 베스트이고 혹여 분노의 역류가 시작된다면 들고 내려간 양동이가 제 역할을 할 겁니다. 


한두 시간 조타대를 맡기는 것도 증상을 완화시켜 줍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 뇌가 '지금은 아플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상태를 호전시킨다는군요. 특히나 조타대를 잡으면 정면을 응시하며 앞으로 올 파도를 미리 예측하고 몸이 준비할 시간을 벌어 주기에 효과적입니다. 

다른 것 보다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한데,


이 또한 지나가리.

아무리 심해도 멀미로 죽는 인간은 없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좋겠네요.




좀 더 확실한 방법


멀미는 증상도, 해결책도 개인차가 크지만 좀 더 확실하게 멀미에 대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계획'과 '준비'. 

우선 기상예보를 통해 바람과 파도를 예측해 심리적인 무장을 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피항할 곳을 미리 정해 두는 것도 좋고요. 

배에서 해야 할 작업들을 미리 계획해 크루들과 공유하고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도록 최적화 해 놓습니다. 음식은 사전에 준비해 놓아 누군가 부엌에 내려가 있어야 하는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물과 크래커 등을 콕핏에 미리 놓아두면 선내에 들어갈 일을 줄일 수 있어요.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재킷, 방수 바지나 장화 등 세일링 장비를 손 닿기 쉬운 곳에 놓으면 옷장에서, 혹은 가방에서 이를 찾아내는 중에 멀미 어택을 맞이할 필요가 없겠죠.

무엇보다도 본인의 몸이 멀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어떤 대응법이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례로 저는 좁은 공간에 취약한 편이라 일단 화장실 갈 일을 줄입니다. 불가피한 경우 눈을 감은 채로 가면 멀미가 덜하더군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배에 오른 지 2-3일이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적응하며 뱃멀미가 가십니다. 문제는 이후 땅에 발을 디디면 '땅멀미'라는 것을 시작한다는 것이지만요. 특히 배에서 내려 마리나에서 샤워하다 느닷없이 샤워 꼭지에 헤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배를 많이 탈 수록 몸이 바다의 리듬에 적응하는 것과 다시 땅의 리듬으로 돌아오는 것이 쉬워진다고 하는군요. 뱃멀미는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http://no-frills-sailing.com/sea-sickness-cure-bands-pills-or-yoga/ 

https://www.yachtingworld.com/blogs/elaine-bunting/seasickness-cures-1664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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