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고충
파리 한 달 살기를 기획한 이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정말 일만 시키는군"
오로지 일에만 쏟아부은 일 년이 지나고 프로젝트가 끝나자 다음을 기획하기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영혼이 소진된 상태였다. 완전히 망가져 버린 취미 여가 친구 인프라의 폐허 가운데에서 맞이한 엄청난 자유시간은 오히려 매일 아침 큰 부담으로 나를 짓눌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의 조바심을 극복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어느 날, 기막힌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는 애매하게 할 줄 아는 프랑스어 탓이 컸다.
너무 현지어를 모르면 시종일관 '이방인'으로 남게 마련이고, 이탈리아는 새로운 도시의 긴장감이 너무 떨어졌다. 유럽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유일한 나라 영국은 뭔가 매력이 떨어졌다.
어버버 어버버 하며 한두 마디 할 줄 알고, 아득하지만 다시 공부하면 뭔가 될 거 같은 프랑스어가 딱 좋아 보였다. 한 달을 지내면서 언어가 느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겠고, 서툴지만 현지어를 하며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다.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할 때부터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주로 유학생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집을 찾고, 헌 물건을 사고파는 커뮤니티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한국에 한두 달 들어가는 학생들이 월세를 아끼기 위해 '단기 방'이라는 걸 놓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세든 집이나 방을 제삼자에게 단기로 빌려주는 것이다. 단기 세입자가 들어와 집을 부수고 나간다면(!) 세를 준 학생이 곤란해지겠지만, 유학 오는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해서(미친놈은 없겠지) 서로 간의 신용으로 세를 주고받는다.
프랑스에도 분명히 비슷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검색을 했다. 아무래도 한인 커뮤니티 규모가 큰 만큼 게시판들도 체계적이고 이용자 수도 많아 활동이 왕성했다. 집 찾기 게시판에 광고를 올렸다.
될까- 하고 올려 본 글인데 하루 사이에 다섯이나 연락이 왔다!
사실 프랑스 어학원이 있는 도시면 어디라도 상관없고 단기로 있는 만큼 소도시에 사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하지만 연락 온 사람들은 아무래도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파리 거주자들이었다.
그렇게 하여 7월 한 달 살기에 당첨된 도시는 파리가 되었다
프랑스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
프잘사 네이버 카페
https://cafe.naver.com/franceinfos
프랑스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