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코스 개척

볼로뉴 숲vs 센강

by EASYSAILING

분명 파리는 밀라노보다 북쪽인데 밀라노만큼 덥다.

저녁 8시쯤 더위가 한풀 꺾이자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집이 16구에 있으니 볼로뉴 숲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겠지 싶어 일단 지도의 녹색 덩어리를 향했다.


루트 1 : 볼로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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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인 줄 알았던 공원 입구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은 오터유 온실 공원(Jardin des serres d’Auteuil)이라는, 알고 보니 볼로뉴 숲과는 별개의 공원이었다.

내부엔 보타닉 가든이 있는 듯했다. 잘 관리된 공원이지만 크기가 작고 저녁 8시가 되면 경비가 호루라기를 불며 사람들을 밖으로 내쫓는다. (내쫓김)


이 공원에서 나와 볼로뉴 숲을 향하려니 웬 고속도로 진입로가 앞을 가로막는다. 위압적인 고가도로도 눈에 들어온다. 저쪽은 마치 갈 수 없는 세계 같아 보였다. 고가도로 너머 멀리 보이는 울창한 숲도 낯설기만 했다. 도시 안에 숲이 저렇게 우거져 있다니 저것은 공원인가 정글인가.

날아가지 않는 한 도보로 도착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뭔가 ‘사람이 다닐만한 입구’를 찾아 좀 더 서쪽으로 움직여 봤다. 구글맵에 ‘테니스장’이라고 나온 곳이 있으니 최소한 거긴 사람들이 걸어 들어가겠지..

빙고!

이제야 사람들 가라고 만든 공원 같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포장된 대로가 있고 옆으로 오솔길들이 연신 빠져나와 있었다. 그러나 으슥해서 누가 저기 들어갈까 싶었다. 간간히 달리는 사람들이나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몇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인적이 드물었다.


1킬로쯤 뛰었을까..

사람은 아무도 없고, 더 깊이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찜찜해 돌아 나와 집 방향으로 뛰었다. 그러나 또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돌아 나오고.. 결국 숲 안에서는 2km밖에 뛰지 못했으면서 공원 근처에서 8km를 헤맸다. 공원 입구도 집에서 의외로 멀기도 해서 이 루트는 탈락.

아무 생각 없이 동네 공원이겠거니 하고 갔다 뭔가 서늘한 느낌을 받았는데 인터넷에서 볼로뉴 숲을 찾으면 다음의 이미지들이 나온다: 볼로뉴 숲 살인사건, 볼로뉴 숲 강간사건, 볼로뉴 숲 매춘.............;;


루트 2 : 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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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아무래도 파리 서남쪽 끝이다 보니 집 근처 센 강의 풍경은 볼품없다.

그러나 동쪽을 향해 뛰기 시작하면 곧 멀리서 에펠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센 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나 있어 달리기 딱 좋다. 중간에 노란 다리가 나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미라보 다리(Pont Mirabeau)였다.

에펠탑 앞은 관광객들로 문전성시. 닝겐들을 피하기 위해 에펠탑 직전의 다리에서 강을 건너서 돌아오기로 한다. 비르아켐이라는 이름의 다리(Pont de Bir-Hakeim)인데 아르누보 스타일의 기둥이 묘한 반복과 대칭을 이뤄 굉장히 독특하다. 이 역시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지만, 영화 인셉션에서 직각으로 도시를 접는 장면에 나오는 그 다리다. 출발지점이 집에서 멀지도 않고 거리도 6km 정도 되고 딱 좋은 것 같다.

앞으로 파리 한달살이 동안 이 루트를 애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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