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톨이에게,

두 번째 편지

by 알렉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인사처럼 나눈 첫 편지 이후 두 번째네.

사람이 되어간다는 과정은 뱃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태어나서 자라며 살아가는 시간이 모두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 아닐까.

어떤 사람으로 거듭나는지가 관건이겠지.


세상 공부는 학교와 사회에서 배우겠지만 아빠로서 너에게 삶의 본질적인 존재들을 먼저 알려주고 싶어.

겨우 나라는 사람이 너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한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지만..

아무튼 첫 번째 주제는 사랑이야.


모두 그러하듯, 너도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것은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일 거야.

아빠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너의 할머니를 온 마음으로 사랑해.

어른들은 쉽게 울지 않을 거 같지만 아빠는 너의 할머니를 떠올리면 지금도 눈에 물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그런 아빠도 어려서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나 할머니가 학교 교문 앞에서 뽀뽀를 해주는 게 누가 볼까 창피했어.

흔히 사람을 어리석은 존재라 하는데 가장 첫 번째 실수가 사랑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닐까 싶어. 지금은 오히려 귀찮아하실 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달고 살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거든.

밤톨아, 사랑하는 존재에게는 살아생전에 하고픈 말을 실컷 해둬야 해.

어려서는 너도 아빠처럼 엄마, 아빠의 사랑이 친구들 눈에 띄일까 부끄러워할 것이고 부모인 우리가 그것에 서운함을 느낄 일은 당연히 없겠지만 아빠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너가 곧 그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 안타까워.


그다음 느끼는 건 이성 간의 사랑일까.

아직 태중에 있는 네가 이 단계까지 닿으려면 시간이 많이 지나야겠지만,

아빠가 네 엄마 이야기를 잠시 해줄게.

아빠는 오래 여자친구가 없었어. 좋아했던 친구들이 없었던 건 아니야.

너가 아들일지 딸일지 모르지만 혹시 아들이거든, 아빠 같은 남자는 되지 말으렴.

방탕한 남자가 되라는 게 아니야. 아빠의 말을 오해하지 마.

다만 속으로 좋아했던 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단 말이야.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네 엄마는 아빠의 첫 연애 상대이고 결혼까지 한 나의 사랑하는 아내야.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네 엄마와 아빠는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자주 하려고 해.

바라건대 아빠가 늙어서도 그랬으면 좋겠고 너와 (만약에 생긴다면) 네 형제가 서로 사랑하는 부모를 보며 자랐으면 좋겠어. 가족이기 때문에 다투고 토라질 때도 있겠지만 결국 서로를 떠올리고 서운함은 풀어지게 될 거야.


친할머니와 함께 사는 제니, 외할머니와 같이 사는 타래도 우리 가족이야.

강아지와 고양이는 특히, 사람의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보살펴줘야 해.

사랑의 힘은 나보다 약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에게 더 강하게 발휘된단다.

그리고 밖에서 보는 동물친구들과 화단의 꽃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멋진 사람이 되자.


오늘은 너무 가르치는 듯한 말투인가 싶어서 아빠 스스로 반성하게 되네.

판단은 듣는 너가 하렴.


오늘도 사랑해



추신.

오늘은 엄마와 아빠가 둘다 연차라 회사를 안갔어.

거실에 토토로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태어나면 같이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재밌는 만화를 많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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