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톨이에게,

세 번째 편지

by 알렉스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 겨우 세 번째 편지를 쓰네.

그러는 동안에도 밤톨이는 부지런히 자라서 오늘로써 12주 2일차야.

그저께는 엄마와 아빠가 반차를 내고 산부인과에 갔어. 초음파로 밤톨이 콧대와 목투명대 두께가 모두 정상적인 것을 확인했어. 정말 고마워.


병원을 나와서, 아빠가 엄마에게 "오늘의 기분을 간직해야겠어. 목투명대 두께만 안정적으로 정상수치여도 이토록 기특하고 고마운데 나중에 수학시험이라던가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하니까 엄마가 막 웃더라.

어제는 할머니 생신이어서 할머니와 고모도 만나 식사를 했는데 이 이야기를 하니 고모가 "퍽이나."라고 말하기에 다들 웃었어.


하긴, 부모라 하더라도 못난 모습을 보일 때가 있고 그중 하나는 자신의 우려로 자녀에게 우수한 성적이나 보편적 궤도에 오른 사회적 모습을 강요할 때겠지. 세상살이가 쉽지 않으니 내 자식이 학벌이든 스킬이든 뭐라도 더 손에 쥐고 살길 바라는 마음이지.


그런데 밤톨아, 사실 밥은 어떻게든 먹고살아. (정작 너가 태어난 이후로는 아빠가 이런 식의 말을 못 할 수도 있으니 이 글을 꼭 간직해 줘) 직업人 이전에 人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나마저 맞불을 놓겠다는 건 스스로만 괴로울 뿐이지 않을까.

너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바른 어른으로 거듭난다면 아빠는 그저께 목투명대 수치에 안도하고 감사함을 느꼈듯이 그저 너에게 고마울 뿐일 거야.


물론 사람에게 자아실현도 중요해. 실행하는 방식이야 아빠가 가르쳐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세상을 살기 위해 나의 스킬을 갖추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철학과 가치관이 없으면 도구를 갖추더라도 무엇에 쓰겠어라는 생각이야.


아무튼, 건강하게 마저 자라서 내년에 보자.


틈틈이 또 쓸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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