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톨이에게,

네 번째 편지

by 알렉스

사랑하는 밤톨아,

오늘은 엄마와 아빠가 각자 반차를 내고 산부인과를 다녀왔어.

16주 3일이야. 의사 선생님께서 잘 크고 있다며 초음파를 봐주셨어.

잘 커줘서, 건강해서 늘 고마워.


이틀 전 토요일은 아빠 사촌동생 (나중에 너가 뭐라고 불러야 하지)의 결혼식이었어.

워낙 말괄량이, 말썽쟁이였던 아이인데 번듯하게 자라서 좋은 남편 만나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어. 신부와 함께 입장하는 아빠 이모부의 나이 든 얼굴도 아빠에게 여러 감상을 줬어.


결혼식장에서 집안 어른들께서 아빠에게 "너는 끝까지 효도하는구나"하고 웃으셨어.

밤톨이가 아들이어서 아빠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기뻐하시겠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야.

오해는 하지 말아 줘. 밤톨이의 성별과 상관없이 집안사람들 모두는 밤톨이가 와준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고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라기만 바라고 있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서 하실 수 있는 농담이야.


아빠는 원래 책을 좋아하던 사람인데 요즘 제대로 독서를 못해서 책 한 권을 사서 틈틈이 읽는 중이야.

은퇴한 의사 선생님이 쓰신 에세이인데 중간에 좋은 문구가 인용되어 있더라구.


"나의 기대가 그에게 족쇄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

내 사랑이 그를 가둬 버리면 안 된다. 내 꿈이 사랑하는 이를 짓누르는 수레바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에 대한 믿음으로 그에게 자유를 주라. 내가 할 일은 그를 짓누르는 수레바퀴를 치워주는 것."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중-


이제 부모가 되는 아빠에게 참 필요한 말이야.

잘 자라는 밤톨이에 대한 상상을 할 때, 아빠가 아직 편협한 부분이 있어서, 밤톨이가 보편적인 모습으로 출세한 모습도 종종 떠올리거든.


그러나 그건 아빠의 상상일 뿐이고 성공의 길은 여러 가지이며 성공 이전에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아. 부모인지라 매번 쿨하지는 못하지만 밤톨이는 밤톨이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살아갈 자유와 권리가 있음을 늘 인지할게.


친구 만나러 간 엄마가 택시 타고 오고 있대.

아빠가 데리러 간다고 했는데 피곤할까 봐 몰래 택시를 잡아탄 모양이야.

곧 올 테니 책을 마저 읽으며 기다려야겠다.


늘 사랑해, 밤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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