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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Jun 12. 2021

이방인으로 사랑하는 것

첫 번째 이야기

여러 번의 여행 경험에도 다가올 여행을 준비하는 일은 늘 낯설고 설렌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귀한 감정들이다. 짐을 싸고 여권을 챙겨 나와 비행기 시간에 맞춰 버스나 공항 전철을 부지런히 타는 것, 공항에는 몇 시간 전까지 도착해야 할지 속으로 가늠해다 결국에는 한참 일찍 전에 공항에 도착해 구석구석 돌아다니고는 벤치에 앉아 멍 때리며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것.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닌데 매번 음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 그렇지만 불안함보다는 기대가 더 큰 그런 분위기들.

 

2019년도 가을, 7박 8일 일정의 런던 여행을 마무리하던 날 밤었다. 로 남은 숙소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집으로 돌아갈 짐을 싸면서 나는 생각했다. 지난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얻은 내 경험, 어쩌면 시작이 아니라 바로 이 무리를 위것이 아니었을까.


행을 니는 동안 생각 없이 짐을 널부러트리지 않고 나기 전 날 밤 딱 30분 정도면 두 정리할 수 있을 만큼만 효율적으로 풀어헤쳐놓는 것이라던가,  돌아가서도 이 여행이 금방 잊히지 않게 혹은 너무 과하게 빠져들지 않게 적당한 수준으로 곱씹을 수 있 기념품 추억들을 골라 담아내 것. 그리고 차마 담지 못하고 남겨진 아쉬움들은 그곳의 바람에 날려 켜켜이 산화시켜 버리는 것들지. 물리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지칠 수밖에 없는 이방인으로써의 시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지혜와도 같은 산물들은 괜스레 씁쓸한 기시감을 가져다주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주인공 엘리오의 여름방학 같았던 그 사람과의 시간들은 그만큼 채도 높은 추억들도 남겨주었지만 내가 이미 사랑의 이방인이 되어버렸음을

증명해준 시간이기도 다.


당신이 떠난 뒤, 당신과의 모든 것들을 주저 없이 밀봉하고 시야에서 치워버린 다음 과하지 않게 다른 것들로 채워 넣는 일련의 과정과 그 시간들의 사이에서 나의 표정은 참으로 평온해 보였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일렁임은 여전하나 우려했던 것보다는 잔잔했다. 참으로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기에 꽤나 힘든 멀미를 예상했지만, 칠간 당신을 원망했던 마음을 지나 이제는 미안한 마음 더 크다.


렇게 며칠간이 지나면 나는 또다시 덤덤해지겠지, 나는 이번 사랑에서도 이방인이었나 보다. 평생을 바칠 듯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나도 모르게 결국에는 이렇게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아, 이렇게 또 이별의 지혜만이 늘어간다. 당신과의 헤어짐만큼이나 난 정말 다시는 사랑을 못할까 봐, 그런 지혜는 쌓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득 담아 속으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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