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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Jul 10. 2021

그래서 바다를 보러 간다

여섯 번째 이야기

머릿속이 복잡할 땐 바다를 보러 간다. 혼자이든, 둘이든 상관없다. 서해보다는 남해, 남해보다는 동해가 더 좋다.


동해 바다라고 말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는 것 같은데, 사실 강릉 바다를 제일 좋아한다. 그 도시를 사랑하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연이 너무 많아서 나에게는 하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 강릉 가고 싶다. 나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다.


자정 무렵 시끌시끌 폭죽놀이하던 무리들이 하나둘 떠나고 한적해진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문득, 깜깜한 수평선이 온 시야를 가득 메운다. 그때 나는 고요하게 경탄을 자아낸다.


시선이 닿는 대로 생각거리가 만들어진다. 나는 생각하는 대로 행복해진다. 그래서 내 시선을 채우는 모든 것들은 소중한 것들로만 놓아두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눈을 감으면 나아질까 기대를 해보지만 어떤 잔상의 형상이 맴도는 감은 눈의 시선도 내 것이 아닐 때가 많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를 내 앞에 두고 싶은 이유. 눈을 감지 않고, 한껏 치켜뜬 눈으로 원 없이 살아가도 행복한 생각만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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