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쓰는 글
깜빡하는 사이에 머리가 많이 길었다.
앞머리가 눈썹 위를 덮고 이따금씩 시선을 가리는 것이 여간 불편해지면, 미용실을 다녀온 지 한 달 정도가 되었구나 싶다. 불현듯 이 사실이 놀라웠다.
시간 속을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툭툭 만져지는 변화들로 겨우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시간의 속력에 이다지도 둔감해진 걸까.
그 예전 학창 시절에는 때마다 찾아오는 시험이,
취준 시절에는 면접 일정과 같은 것들이 나를 부산스럽게 찔러왔다면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목표의 부재에 따른 나태함일지, 목적의 부재로 인한 안일함일지. 이따금 씩 불편하지만 덮어둔 채 내일 아침을 맞이하는 삶이 아직은 꽤나 괜찮은 듯싶다가도.
이렇듯 켜켜이 쌓여나가는 시간만큼 이 불편한 평온감의 유통기한이 흐려질 때면 한 번씩 이러하다. 결국 펜 하나 들고 어질어질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다이지만.
유통기한이 만 년 정도 남은 통조림이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지면 좋겠다 싶은 마음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한 켠으로 접어두고 매일이 유통기한의 마지막 날인 양 살아가볼까. 이러다 삐끗해서 유통기한을 놓쳐버린다면 조금은 더 고풍스러운 치즈 조각으로 삭아져 볼까.
그러다 꽤나 맛 좋은 피자 위로 뿌려지는 결말이라면 괜찮은 결말이 아닐까.
아, 오늘 저녁은 피자나 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