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그 사이의 계절이 영글어간다
창밖을 바라본 강가의 풍경이 참으로 알록달록했다.
부리나케 옷을 챙겨 입고 거리 속으로 들어갔다. 노랗다는 말로는 차마 다 형용될 수 없는 채도의 나무에서는 한 톨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늘이 질 틈도 없이 달디 단 향이 우거진 산책이었다. 가을을 서늘한 바람과 바닥을 수놓은 낙엽의 바스락 거림에서만 찾고 있던 나는 한껏 고개를 치켜올렸다.
하늘빛을 향하던 얼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 한 자락도 움직이지 못하던 가랑비들은 소리소문 없이 스며들어 물방울을 수놓았다.
가을과 겨울 그 사이의 계절이 영글어간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가지런히 쓸어진 낙엽은 어제와 오늘의 부산물인양, 마음껏 분해된 조각처럼 거리를 활보하다 사라진다.
비를 피해 허겁지겁 산책을 끝냈다. 그 비는 밤사이 꽤나 많은 가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졸린 눈으로 비친 모습은 어제와 한없이 같았으나 또한 한없이 달랐다.
스산함이 깃든 나무바람이 춥다. 한걸음만 더 내딛으면 겨울이 될 것만 같아, 나는 일단 눈을 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