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안이 한뼘만큼 더 길어질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여유가 척박하다.
하늘을 마음껏 머금는 시야의 건물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 사이에 어지러이 묶여있는 전선줄이 오히려 더 정겹다.
정체도 불분명하고 경험한 적도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요즘. 삶의 여유를 위해 발버둥 치는 만큼 여유가 귀해진다.
잘 온 것 같다가도 덜컥 한 걸음 내딛기가 두렵다.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는 없어서, 멈춰있기보다는 나아가다 보면 다를까 싶어 걷고 있다.
저 멀리 노을이 보인다. 넋 놓고 보고 싶어 진다.
같은 태양인 것을 왜 일출보다 일몰을 더 좋아하는가. 어둠이 아니라 밝음을 좋아할 것을.
사라지는 것을 그리워해서 이렇게 살아지는 것인가.
문제없는 현실을 살아감에도 불투명한 미래에 맘 놓고 웃을 수 없는 것에 대해 자아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핑계를 돌리게 될까 두렵다.
웃지 못하는 삶이어도 울지 않음에 감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치열하고 있으니 한껏 노을을 머금은 구름 속에 파묻혀 잠들어도 괜찮다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을 동경하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퇴근길만큼 나의 이 평안이 한 뼘만큼이라도 조금 더 길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