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안녕을 보낸다
한 걸음 나아가는 만큼 하루씩 되돌아보고 있다.
심연의 끝이 저어할 무렵마다 기어코 침묵에 적응한다.
사회적 고요 속에서 나는 나의 그릇됨을 되짚는다.
그 언젠가는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
또 어느 날은 왜 그러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
다시금 돌아갈 수 없을까, 하며 애먼 시계만 하염없이 부르짖다 정처 없는 발걸음이 한 길을 내딛고서는 고개를 살짝 치켜든다. 저너머로 노을이 진다.
수평선 사이로 해가 넘어간다. 개와 늑대의 시간 속에서 목 타는 울음을 삼킨다. 그렇게 또 밤이 된다.
스쳐간 시간들마다 미안함과 감사함이 공존한다.
아마 이젠 어쩌지 못할 시공간의 간극에서, 더 멀어지지 않는 이곳에서 깊어져감으로써 마지막 안녕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