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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May 19. 2024

​반짝이는 하늘, 어두워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여름밤

밤공기를 벗 삼아 누군가의 여름을 빌려 좋아해 보았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이었다.

요 며칠 얇은 외투를 만지작 거렸을 만큼 때 아니게 쌀쌀했던 날씨가 하루아침 사이에 태양빛이 내리쬐는 강렬한 여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햇빛이라는 단어보다 태양빛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던 날, 그늘 아래 있어서 후덥지근함이 들숨을 타고 목을 넘어 들어와 온 마음을 기진맥진하게 한 날


더운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아 늘 피해 다니던 날이었는데, 어제는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고는 하루종일 밖에서 진을 빼고 왔다.


겨울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름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추위를 많이 타서 차라리 더운 여름이 낫다는 사람들이 아니라 순수하게 이 여름의 습도와 햇볕과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


여름을 좋아한다는 사람으로부터 하나의 영화, 그 영화 속 장면을 공유받았다.

나는 이 영화를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금 바라보니 이 영화처럼 여름의 아름다움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없었다.


여름의 태양빛이 내리쬐는 바닷가, 그 위로 반짝이는 뜨거운 윤슬. 그늘 한 점 없이 찬란하게 더운 배경 속에서 더위에 살짝 지친 사람들의 움직임.

하늘은 한 없이 맑고, 저녁이 되어도 쉽게 찾아오지 않은 어둠. 겨울의 밤하늘은 한 없이 어두워서 한껏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아도 그 깊이가 보이지 않는데

여름의 밤하늘은 왜인지 밝고,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파스텔 톤이어서 하루가 가는 것이 더 아쉬운 그런 것까지도.


라라랜드 이후 처음으로 포스터를 구입했다.

반짝이는 여름 하늘, 어두워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여름밤. 무척 더운 여름을 예상치 못하게 맞이해 힘들었던 어제였으나,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밤공기를 벗 삼아 누군가의 여름을 빌려 좋아해 보았다.


어제만큼이나 덥다던 오늘은

그래서 일부러 낮 약속을 잡지 않았다.


아직 여름을 이만큼이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한 걸음 물러서서 관망하고 있는 나는 바람이 살짝 더 시원해지고, 여름밤의 지나감이 아쉬워 가슴 한 구석이 괜히 또 간지러워질 때 즈음 산책을 핑계 삼아 살짝 나갔다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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