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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May 14. 2024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모두 사랑하는 일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낯설음'에 있다

연재가 낯선 듯 낯설지 않아 졌다.

출근하고서 무심코 달력을 바라보는 데 오늘이 문득 화요일. 내일 또 휴일이구나.. 생각하는데 화요일? 왜 화요일이 유독 머릿속에서 강조되는 거지

하면서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오늘이 연재 날이었다

올린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하고 보니 화요일 - 일요일은 되게 멀었는데 일요일 - 화요일은 무척이나 짧다.


연재 요일을 정할 때,

보통 회사가 월요일 날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월요일을 제외했고 금요일 토요일은 아마도 글감을 얻느라 이것저것 뭔가를 하러 다니고 있을 것 같아서 제외,


수요일 - 일요일을 할까 하다가 빨리 연재를 시작하고 싶어서 조금 더 가까웠던 화요일로 택했는데

하나만 알았고 둘은 몰랐던 나란 사람..


그래도 오늘은 연휴 전 날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이 꽤나 여유로워서 사무실에 앉아서 글을 타닥이고 있다.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글을 써둬야지


어쩌다 보니 이전 글의 배경 사진이 연속으로 작년 파리 여행 갔을 때 찍은 에펠탑 사진이었다.

좀 어색해서 하나를 수정할까 하다가, 그 사진을 고른 것 또한 기록의 일부인 것 같아서 놔두기로 했다.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갔던 건 26살 여름 무렵.

그전까지 가장 멀리 가본 해외여행이 일본이었던 나는 타국으로 떠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사실 보수적이었다기보다는 그럴 의지와 욕구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까. 국내 여행도 그렇게 많이 다니지 않는데 해외여행이라니.


여행을 여가의 일환이라 본다면, 굳이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그것 이상의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영화와 독서에 한창 몰입하던 때였고, 그 무렵 썼던 습작 중에

“영화와 책을 통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간접 체험으로 내가 한 뼘 더 성장하고 배운다"라는 말이 있었으니, 나는 그것에 꽤나 만족하고 있었을 터.


물론 여행을 떠나는 것과 독서를 통한 지식의 소양을 넓히는 것, 둘 간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는 그때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당시 매우 주도적이었던 친구 덕분에 덜컥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이제 무를 수가 없는 시점이 되었을 무렵 배낭여행을 준비했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어떤 것에 대한 도피였을 수도 있고 이제 다시없을 자유에 대한 마지막 예의였기도 했다.


그때의 여행기를 담기에는 너무나 기니까 요약해서 말하자면, 덧없는 아쉬움이었다.


그것은 여행이 별로였기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왜 이제야 해외여행을 갔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그렇다고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유럽을 갈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수요가 없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교환학생,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더 여유 있게 유럽을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이제서야 귀하게 여겨졌다.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낯설음'에 있다.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 모두가 사랑하는 명소도 좋지만 나는 처음 방문하는 곳에 내 전신이 오롯이 놓여져 시선 하나, 걸음 하나가 모두 생경한 순간 내가 오감으로 느끼는 감각을 좋아한다.


처음 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 익숙하지 않은 만큼 집중되는 분위기, 미지의 공간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반복되는 삶 속에서 한 방울 씩 떨어지는 낯설음은 이내 곧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또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들이 되곤 한다.


요즘 들어 나는 여행 사진을 여러 번 매만지다, 이내 덜컥 다소 충동적인 여행을 떠나는 빈도가 제법 잦아졌는데 나는 이것에 몹시 긍정적이다. 물론 갔다 올 때마다 텅텅 스치는 잔고를 보면서 자중해야지 싶다가도,

이렇게 맑은 날 창밖을 바라다보면 지하철 종점으로라도 가서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스쳤다 오고 싶어 진다.


새로운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음과 동시에, 어제의 나를 달리 빛나게 해 준다.  이것이 곧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모두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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