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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May 07. 2024

이 시작이 더 이상의 멈춤 없이 오래간 지속되길 바란다

Prologue

실로 오래간만에 쓰는 글이다.


나름 써 내려가고 싶고, 내 브런치에 채워두고 싶은 글의 형상들은 명확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 형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언어적 역량이 답보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간 썼다 지우고, 기록하다 잠들어버린 순간들과 활자들이 꽤나 많았지만 3줄 이상 넘기기가 영 힘들었다


나는 이 원인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내가 현생에 치여 꽤나 소모되어 가고 있음을, 심리적으로 몹시 고갈되었음을 별 헤는 밤마다 체감했다.
충분한 채워짐 없이 쓰이는 글들은 한없이 가볍거나 한없이 이상했다. 문장마다, 단어마다 멋있어 보이고자 함만이 가득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어느 새부터 내가 아닌 나 일 것 같은 사람, 나이고 싶은 감성체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으로

귀결되었다. 내겐 그 자체로써 감각적이던 것들이 점차 그 채도를 잃어갔고 나는 꽤나 오래간 활자를 멀리했다.


작년 연말, 그리고 올해 초 나의 정서적 방황은 극도를 달했다. 매분 매초를 쪼개가며 삶의 효율성을 추구하던 나에게 쉼표는 사치였다.


어느 아침이었다.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서는 길, 그 사이 바람의 길목에 서서 계절의 변호가 성큼 느껴졌다.


그렇게 봄이 왔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꽤나 맑게 개어있었다. 그렇게 파란 하늘을 두 눈에 담아 본 적이 언제였던가.


그 후로 고개를 들어 무심히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점차 많아졌다. 얕은 바람이 들리기 시작했다. 펄럭이는 벚꽃 잎이 빛나고, 스산한 바람에도 메마름 대신 채도가 느껴졌다.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다시금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록하기 위해 사전을 찾았다. 틈틈이 단어를 수집하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매번 도돌이표처럼 쓰이는 상투적인 표현들이 눈에 거슬려서 서점으로 달려가 책들을 마구잡이로 담고 새로운 활자들을 읽어 내려간다. 문장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단면이 보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삶의 중심이 된다.


이 한 페이지를 쓰기 위해, 이렇게 다시 시작하기 위해 꽤나 오랜 걸음을 돌아왔다. 이 시작이 더 이상의 멈춤 없이 오래간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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