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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하던 상무님

by 부아c

제가 회사에서 제일 존경했던 상무님은 아침 6시에 출근하셨습니다. 회사 출근 시간이 8시니까 2시간이나 빨리 출근한 것입니다. 저는 그 시간에 출근한 적이 없습니다. 빨리 해 보았자 7시 30분 정도였습니다. 저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고, 회사에 빨리 가고자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7시 50분 정도에 출근하였습니다. 8시에 정시 출근하는 것은 조금 눈치가 보이던군요.


어느 날, 코엑스에서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9시부터 시작인데 아침에 정리를 해서 빠르게 이동해야 했습니다. 아침 6시가 조금 넘어서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15층 상무님이 있는 층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음악은 상무님 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근처로 조심스레 다가가니 상무님은 본인의 책상에서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제가 온 것도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새벽 6시 20분 정도였습니다. 이런 새벽부터 책을 읽고 계시다니, 무언가 묘하더군요. 조용히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그 이후 어떤 술자리에서 상무님과 나란히 앉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때 일이 생각나서, 조심스레 상무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오시는데, 오셔서 무엇을 하시냐, 클래식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상무님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상무님은 새벽에 운동을 갔다가 (그럼 몇 시에 일어나는 것일까요?) 6시에 사무실에 와서 1시간 동안 책을 읽고, 7시부터 1시간 동안 이메일에 대응한다고 하셨습니다. (근무는 8시부터) 이메일 대응을 6시대에 하면 너무 빠른 듯해서 책을 1시간 읽고, 7시부터 한다고 하셨습니다.


연이어 상무님은 아무리 바빠도,


1. 내 몸 챙기기

2. 내 머리 챙기기

3. 회사 동료들 챙기기 (자신의 평판 챙기기의 고급스런 버전일수도)


이 3가지는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날 저는 자기 관리의 끝판왕을 본 것 같았습니다. 그는 아침의 3시간을 1시간씩 쪼개어 자신을 위해서 쓰고 계셨습니다. 물론, 저녁이나 주말의 시간도 자신의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시겠지요.


다들 바쁘다고 합니다. 글쎄요, 제가 본 회사원들 중에 그 상무님이 제일 바쁜 분이었습니다. 미팅도 15분 단위로 쪼개서 하고, 아침형 인간이라 그런지 술자리에서 쪽잠도 자주 자시던 분입니다. 본인은 취해 잠이 든 다음 다시 일어나 주변 분들의 술 잔을 따라주던 그 분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상무님을 생각하면, 시간도 각자 만들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타인의 시간 없다는 말을 핑계로 만들 정도로 시간을 쪼개어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상무님은 몇 년 뒤에 해외의 한 주요 국가에 CEO로 발령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국가의 CEO까 되셨습니다. (한국 정도의 규모) 그는 제가 만나 본 지금까지 만나본, 글로벌 기업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사람입니다.


물론, 당신이 직장에서 이렇게 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직장인으로 최고의 자리로 가고 싶다면 이런 자세와 태도를 배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혹은, 당신이 저와 같이 직장 외의 삶을 꿈꾸는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장 외의 삶을 위해 하루에 몇 시간 이렇게 몰입하면서 그것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느쪽의 삶이든 원칙을 정하고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프로입니다. 어중간한 것이 문제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삶을 살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만 남을 뿐입니다. 30대가 넘어가면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대해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 삶이 원하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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