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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퇴사 후 마주한 차가운 현실

by 부아c

저는 직장 이후의 삶을 주제로 유튜브를 운영하는데 가끔 저에게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음은 어느 분의 사연입니다.


저는 경기도에 사는 50대입니다. 몇 년 전 저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 기업이었습니다. 이 회사에서만 20년을 일했습니다. 능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성실하게 일한 결과 부장을 달았고 연봉도 1억 가까이 받았습니다. 문제는 회장님이 건강 악화로 자리에서 물러나시고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 준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이 문제였습니다. 심성이 좋으신 회장님과는 달리 직원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자기 주변 지인들로 회사 임원들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능력이 있거나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아닌 자기에게 잘하고 아부하는 직원들을 채웠습니다. 매일 골프 치러 가거나 술을 마시러 가며 회사일을 거의 돌보지 않았습니다. 회사 실적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비리 문제까지 겹쳤던 것입니다. 일련의 일로 앙심을 품은 직원이 비리를 저질렀고 회사는 회생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고 피말리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회사는 도산하였고 저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일자리를 잃게 된 이후 다른 회사에 취업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습니다. 50이 넘은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공사장 인부 아니면 배달 밖에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학원 운전 차량 일을 찾아서 운전을 하고 있는데, 연봉은 과거의 반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잘 나갈 때는, 기름으로 닭 튀기는 분들, 새벽부터 음식점 하는 분들을 보면 참 힘들게 인생 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 50이 되어서 일자리를 잃고 나니 세상이 보이더군요. 그분들은 그래도 자신의 것을 만들어온 것이구나. 닭을 튀기고 식당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해 온 것입니다. 최소한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50이 되어서도 제 인생을 제가 책임지지 못하고 회장님 아들이나 회사에 휘둘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도 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원 차량을 운전하고 있지만, 시급으로 일하고 있고, 자유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인테리어 사장을 하는데 현장일부터 배우기로 했습니다. 월급도 적고 육체적으로 힘도 들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제 것을 쌓아가려 합니다. 나이 50이지만 앞으로 20년은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사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연자분의 생각에 깊이 공감합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해도, 내가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내가 잘되는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회사가 잘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내 꿈이 아니라 회사의 꿈이고 내 실적이 아니라 회사의 실적이고, 내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입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것을 공유받지만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나의 것은 남지 않습니다. 아무도 내가 만든 실적이 내 실적이라고 기억하지 않지요. 그냥 모두 회사의 것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회사를 다니면서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자립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 혹시 회사 다니면서 투잡을 하는 분들의 비율이 거의 50%가 되는 것 아시나요? 그 중에서 생계형도 있지만 미리 미래를 준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주식 배당으로만 월 100만원을 만들기도 했고, 네이버 애드포스트에서 월 100만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것들은 온전히 내 것입니다. 주식은 내 소유고 네이버 블로그도 온전히 내 것입니다. 제가 작년에 시작한 유튜브에서 저는 월에 5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회사를 나온 다음에 하는 것이지만 과거의 주식이나 블로그로 수입을 만든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는 모두 제 것입니다.


처음부터 내 것인 것, 내 것이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게 구분을 하고 회사를 다녀야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눈에 보일 것입니다. 물론, 회사가 내 것이 아니라고 소홀히 다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아요. 회사에서 배우면 그것이 내 것이 됩니다. 하지만 유형의 내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내 것이 아닌 것들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나만의 것을 쌓아가는 현명한 삶을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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