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약속에는 나와의 약속이 있고, 타인과의 약속이 있다. 그런데 만약 둘 중 하나밖에 지킬 수 없다면, 무엇을 먼저 지켜야 할까?
나는 젊었을 땐 타인과의 약속을 먼저 지켰다. 나와의 약속은 늘 나중으로 미뤄졌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장 눈앞에서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게 더 큰일 같았고, 나 스스로와의 약속은 깨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으니까. 운동을 하기로 해놓고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당연히 친구를 택했고, 회사 끝나고 스터디를 가려 했는데 상사가 부르면 스터디는 미루고 상사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늘 다른 사람의 시간을 먼저 챙기고, 나의 시간은 점점 작아졌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나와의 약속을 너무 쉽게 어기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졌다. 그렇게 나는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려 애쓰는 동시에 내 자신과는 멀어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물론 약속이 겹치지 않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종종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고, 그때 어떤 약속에 시간을 먼저 내어줄지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 나를 만들어간다. 반복된 선택이 곧 나의 기준이 되고, 내 삶의 방향이 된다.
타인과의 약속도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나와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어떤 관계 안에서도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이라도, 그걸 지켜나가는 힘이 결국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나와의 약속을 존중하는 법을 익히는 건 결국 나를 존중하는 연습이기도 하다.
내가 나와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면 미래에 내가 지킨 약속들이 다시 나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