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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말에 유독 흔들리는 날에는

by 부아c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말이 어느 날 갑자기 신경 쓰일 때가 있다. 지나가듯 한 말인데 괜히 마음에 걸리고, 별 뜻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을 겪다 보면, 그 감정의 근원이 타인보다는 나 자신에게 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다.


그건 내 에너지 레벨이 낮아졌다는 신호다. 마음이 지쳐 있거나 몸이 피곤할 때,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겼을 말에도 감정이 상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순간이 오면, 내가 무언가를 잘못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내 상태가 조금 취약하다는 걸 인정하려 한다. 그 인식만으로도 감정을 다루는 태도가 달라진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타인이나 상황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가다듬는 일이다. 짧게라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거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멍하니 있는 시간도 큰 도움이 된다. 잠을 푹 자거나, 가까운 공원이라도 걷다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마음이 풀릴 때도 있다. 결국 스스로에게 공간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내가 다시 에너지를 회복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면, 세상도 조금은 달라 보인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덜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사람들의 말도 그렇게까지 날카롭게 들리지 않는다. 결국 세상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보다 내가 어떤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는가가 더 큰 영향을 준다.


내가 여유가 없으면 세상이 나를 각박하게 대하는 것 같고, 내가 여유가 있으면 세상도 나를 관대하게 받아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내 마음이 거칠어질 때마다 세상을 탓하기보다는 나를 먼저 돌아보려 한다.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으니, 스스로의 온도를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일이 먼저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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