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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내가 이상한 건가?

by 부아c

살다 보면 너무 당연한 것에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너무 당연한데, 매번 일정하게 늦는 친구를 보며 ‘약속에 조금 늦는 건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실망하기 전에, 먼저 내 기준이 잘못된 건 아닐까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다.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주 선을 넘는 사람을 보며 ‘경우에 따라서는 배려를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건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 때도 있다. 교통 신호를 어기면서도 오히려 나에게 경적을 울리는 사람을 마주하면 ‘필요할 땐 신호를 무시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틀리지 않게 살아왔던 기준이 오히려 나를 어색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과 이런 상황들이 내 안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강요한다는 점이다. 매번 자기 의심과 자기 부정에 빠지게 만들고,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삶의 기준과 원칙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삶의 방향이 비슷한 사람,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것이 훨씬 더 편안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꼭 똑같지 않아도 좋지만, 너무 다르면 내 삶이 자꾸 설명을 요구받게 된다. 때로는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내가 온전하게 나로 있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점점 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남에게 맞추기보다, 나의 기준과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는 점점 더 중요해진다. 나를 자꾸 흔드는 사람보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과 함께해야 내가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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