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땐 그런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 안고 가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여겼고,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너무 힘들어졌고, 정작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와 주파수가 맞지 않는 사람은 굳이 만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인간관계가 너무 좁아지는 거 아니냐고,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시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건 시기마다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만약 10대거나 20대, 혹은 30대 초반이었다면 그런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배우고 확장하는 시기라면, 폭넓은 인간관계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건 많은 사람보다는 소중한 사람 몇 명이고, 친구보다는 내 가족이고, 타인보다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정말 아닌 사람을 비워내야 빈자리가 생긴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정리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빈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 자신과의 시간, 내가 아끼는 일을 조금씩 채워 넣는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시간을 내는 것에 영향을 받고, 내가 시간을 들이는 방향이 곧 내가 사는 방식이 된다.
젊은 시절,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나가던 모임과 관계는 이제 대부분 내 삶에서 지우고 싶다. 의미 없는 만남보다 내 하루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눈치보다 나의 컨디션이 더 중요해졌다. 나는 더 이상 소모적인 관계에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내 삶에 꼭 필요한 사람들과 진짜 의미 있는 시간만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