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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나요?

by 부아c

직장 생활을 하며 가장 후회되는 점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쓴 것입니다. 본부장님, 팀장님, 상사와 동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거절도 쉽게 하지 못했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부탁뿐만 아니라 일과 무관한 부탁들도 하나둘 들어주면서 제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나 자신도 희미해져 갔습니다.


저녁 술자리는 물론 휴일에도 아는 분들의 결혼식, 장례식 등을 참석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관계를 벗어난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몇 년이 지나면서 저는 자아를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인기피와 공황장애까지 찾아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습니다.


내가 들였던 시간에 대한 매몰비용도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어쩌지?' 그리고 실제로 배신을 당해 좌절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혼자 그렇다고 착각했을 가능성도 높지만,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주위 반응을 의식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며 점점 움츠러들었습니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며 살다 보니, 저 자신을 제대로 돌볼 여유도 사라졌습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아 높은 위치에 오르면 그때는 눈치를 덜 봐도 되겠지. 그러니 지금 이 위치에서는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이 당연한 거야.’ 하지만 10년 차가 지나면서 차장이 되어 깨달았습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오히려 더 많은 눈치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팀장이 되면 본부장의 눈치를 보고, 본부장이 되면 사장의 눈치를 보고, 사장이 되면 주주들의 눈치를 봅니다. 결국, 남을 신경 쓰는 것은 직급의 문제라기보다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후,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중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중에서는 자기 기준이 뚜렷하고 존재감이 확고한 사람들도 있었고, 이들은 제가 평소에 주변의 시선을 별로 신경 안 쓴다고 생각했던 분들이었습니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보는 것이 직장 내에서 성공하는 방법이자 유일한 길이라 믿었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나 자신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것.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남의 인생을 부러워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타인의 말에 흔들리며 살아가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깨달음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시간에, 타인의 비위를 맞추는 시간에, 내가 직장 내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됩니다. 혹은, 제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된다면, 오히려 회사가 나를 붙잡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면 나는 을이 됩니다. 하지만 내가 능력을 갖추면 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삶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내 선택이 내 삶을 결정짓고, 내가 세운 기준이 나를 성장시킵니다.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잊지 말고, 나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나를 잃어가면서 얻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타인에 의해 불안해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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