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잔소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by 부아c

가족끼리 늘 다정한 말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화를 내고 상처가 되는 말을 한다. 잔소리는 기분을 나쁘게 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나와 와이프는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잔소리를 자주 한다. 그래서 기분이 상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사소한 잔소리에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최근에 실험을 시작했다. 잔소리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대로 두고, 좋은 말을 먼저 하기로 한다. 일종의 잔소리를 위한 티켓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와이프가 내가 한 설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설거지가 왜 이래?"가 아니라, "당신이 평소에는 설거지를 잘하는데, 이번에는 실수를 했네. 다시 해 주면 어때?"라고 말한다.


내가 와이프가 만든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반찬 맛이 왜 이래?"가 아니라, "정말 공들여 만든 반찬 같은데, 오늘은 조금 맛이 다르네."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1. 부정적인 어감이 완화된다.

2. 상대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준다.

3. 원래 하고 싶었던 말도 그대로 전달된다. (어쩌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4.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하게 된다.


특히, 잔소리가 기분 나쁜 이유는 무시당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소리의 방식을 바꾸면 상대도 훨씬 편하게 받아들인다.


나와 와이프가 이렇게 하다 보니, 아이들도 비슷한 습관을 가지게 된다.


오늘 아이들이 나에게 한 말.


첫째: "아빠는 어깨가 넓은데, 도와주는 건 잘 못하네."

둘째: "아빠는 잘 생겼는데, 놀아주지는 않아."


이런 말을 들으면 더 도와주고, 놀아주고 싶어졌다. 다정한 말, 따뜻한 말은 언제나 좋다.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더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해 줄 필요가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 있을까?